“사니와 실격?”
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자신을 가리키며 시간 정부에서 파견되온 직원에게 되물었다.
“그래, 측정되는 영력이 너무 낮아.”
“그럼 사니와는?”
“못 되는 거지.”
이게 맞아? 나 인외인데. 인외가 영력이 없다고? 하지만 지난번에 온 선장은 영력으로 내가 인외인걸 알았다고 했는데 거짓말…! 나는 누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측정이 안 되나 본데?”
누나는 그 말로 골똘히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묵묵히 있다가 시안이를 불렀다.
“시안이는?”
“걘 너무 나이가 어려요. 사니와로는 불가능해요.”
“아무튼 둘이 같이 넣어봐. 사니와 둘인 혼마루가 꽤 있는 걸로 아는데.”
“하… 기다려보세요. 그렇게 넣어볼게요.”
직원은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대답하고는 무언가 작업하기 시작했다. 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인외인데 영력이 적다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다.
“너 내가 전에 너를 5쨜 인외라고 한 거 기억하지?”
그거야 당연히 기억한다만. 놀리려고 한 말 아녔느냐고.
“넌 태어난 지 너무 어려. 아마 그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아니다. 이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뭔데?”
“아잇, 있어. 그런 거.”
뭐가 누나 맘에 걸리는 건지 모르겠다. 계속 기웃거리면서 말해주기를 기다렸으나, 누나는 생각이 많아진 건지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옛날에는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생활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누나를 뭐로 보는 거냐며 내 어깨를 툭 치고는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누나를 이렇게 의지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하하! 나는 웃으며 누나에게 장난을 쳤다.
이렇게 떠들며 시간을 보내니, 우리 사이에 창이 하나 떴다.
[ 임시/견습 사니와증 발급 가능 ]
누나가 이야기한 정도는 가능한 모양이다. 나는 내 앞에 뜬 공중 부양한 듯한 파란색 창을 두근두근하며 만져보았다. 이거 처음 왔을 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고함만 쳤지. 으음, 다시 생각해보니 그 정도로 급박했지만 조금 부끄러운 일이다. 옆 지부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 안 났겠지?
그러나 역시 오버 테크놀로지인지 만져지진 않았다.
“이게 겨우 기준 채운 거고, 그 외는 기준 미달이라 안 돼요.”
“그럼 이걸로 됬어. 이걸로 등록해줘.”
정부직원인 남자는 누나의 말에 고개 도리질하며 말리기 시작했다. 아무 이득도 없는 신청이라나 뭐라나. 그가 열변을 토하며 말하는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니 고용 형태나 월급이 형편없다는 말이었다. 뭐, 난 전에도 그리 좋은 고용 형태로 다녔던 건 아닌데. 죽기까지도 했고 또….
뭐, 누나랑 만났으니 됬나.
“진짜 이걸로 등록해요? 이거 파견 계약직 정부 직원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남자는 몇 번이고 되물었다. “진짜 해요?”식의 물음에 나도 이쪽 세계 지식이 부족하니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몰라 망설여져, 난 기댈 구석이 누나밖에 없기에 자연스럽게 누나를 향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끄떡없이 묻고 따지지도 말고 신청하라고 이야기했다.
“신분증이 필요한 거니까 괜찮아. 시안이는 기본교육도 신청해줄 수 있지?”
“아… 시간 미아라고 했죠? OK. 신청했어요.”
누나에 말에 정부 직원은 떠올랐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바로 신청해주었다. 직원이 여러 번 타자를 치고 서류를 작성시키게 하고, 그걸 스캔하고…. 한 30분 정도 지나자, 정부 직원은 나와 시안이 앞에 창이 생기며 출입증 카드를 내밀었다. 견습사니와라고 쓰여 있는 카드였는데, 이 [견습 사니와]라는 것은 어느 혼마루의 수습직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에 가깝다고 한다. 앞으로는 내 신분증은 이 카드에 연동될 거라고 추가로 전달해주었다. 덧붙여서 이 신분증에 내가 사는 이 혼마루 출입 시스템에도 연동된다고 하니 잃어버리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옆에 있던 시안은 그거에 더해 인터넷 강의나 출석 강의가 있으면 이걸 찍으러 외부에 나갔다 와야 하기도 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앞으로 바빠질 것 같다.
“근데 견습 사니와는 파트너 있어야 업무 시작한 거 알죠? 뭐, 어련히 잘하시니 아시겠지만.”
“아, 그거라면 오늘 위탁업무 끝나고 정부에 들려서 추천해줄 남사 없냐고 하고 인수하려고. 그래서 말인데… 그때까지 환이 기본 업무인수 부탁해!”
말을 마친 누나는 동시에 휙 돌아서 사무실에서 나가 손을 흔들었다. 누나 말에 정부 직원은 크게 “아악! 어딜 도망갑니까!?” 하며 외치고는 다크써클이 생긴 눈으로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하긴, 월급쟁이들에게 업무가 더 생기는 건 죽어도 싫지. 나 때문에 일이 늘어서 어째 미안하네.
누나는 그 말을 듣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누가 해줘? … 아니, 그런 표정 하지 말고. 원래 견습 사니와가 혼마루 내부에서 여러 일을 받아서 처리하잖아. 내부 소개랑 일감 처리는 남사들에게 해달라고 할 테니까 전반적인 업무 설명과 정부 위탁 임무 같은 거 설명해줘.”
“하… 알겠습니다.”
남자는 그 말만 하고 쌩하니 사라지는 누나를 보며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가 아니라 사탕인가? 내 신기한 물건 보는 시선에 그가 시큰둥하게 바라보더니 사탕을 입에서 꺼내 간장 종지 같은 그릇에 놓고는 말을 이었다.
“이건 여기 사니와님… 에이씨, 그러니까 당신 누님이 호흡기 질환 때문에 담배 태우지 말라고 해서 그런 거니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시죠.”
“그렇다고 보통 막대사탕을….”
“댁 누님이 니코틴 사탕 만들어준 거야, 이 사람아, 아니 …후안? 이라고 부르면 됩니까?”
“그렇게 부르면 옛날 이름이고, ‘환’ 쪽이 지금 이름이야. 어느 쪽이든 내 이름이라 상관없어.”
나는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옆에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대답했다. 동생인 시안은 말없이 같이 듣겠다며 옆에서 책상 위에 턱을 올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 꼴을 못 보고는 시안 몫까지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두 분 다 사니와증에는 임시 사니와명을 만들어야 하니까 새 사니와명을 만드세요. 진명 쓰면 나중에 골치 아파집니다.”
“진명을 쓰면 인외가 데려간다고? 상관없어. 나도 인외니까.”
“나도 형과 같아.”
“그게 아니라…. 으음…. 댁들 누님 피 이어진 건 아니죠?”
그걸 왜 묻는 거지? 나는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 싫은 대답을 억지로 해야 해 조그맣게 대답했다.
“…의남매야.”
내 대답에 시안이는 옆에서 끄덕이고는 갔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정부 직원은 등을 의자에 기대며 팔을 쭉 펴고는 이어 말했다.
“그럼 뭐, 상관없으려나…. 가끔 인외들을 끌어들이는 그게 있단 말이에요. 영력 탓은 아닌 것 같은데.”
“내 생각엔 그거 누나 성격 탓이야. 아무튼, 업무 설명 잘 부탁해.”
‘성격 탓이면 더 큰 일인데.’ 내 대답에 그렇게 꿍얼거리며 기계 작동시키는 법부터 차례대로 알려주고 매뉴얼을 보여주었다. 시안이도 볼 수 있게 건네준 매뉴얼은 두 부였다. 표지를 넘기자 대충 이쪽 테크놀로지 설명과 함께 사니와로써 하지 말아야 할 행동부터 차례대로 적혀 있었다. 나는 목차를 보다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절대로 누나가 안 읽었을 목차인데….”
“네, 안 읽으셨죠. 있는지도 모를걸.”
“….”
여전한 누나의 행동에 안심이 간다고 하면 이 정부 직원에게 민폐겠지. 시안이는 아직 이해 못하고 팔락 팔락 애꿎은 매뉴얼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일단 나부터 이해하고 추가로 알려주겠다고 옆의 동생에게 말한 후 나는 찬찬히 매뉴얼을 읽다 물어보았다.
“근데, 아까 전반적 설명과 정부 위탁 임무라는 것이 뭐지?”
“우선, 하…. 그러니까 정부 위탁 임무는 정부에서 정부 직원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임무를 말합니다. 오랜만에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말하는 게 새롭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있던 곳에서 과장 직함 달고 있을 정장의 남자에게 이러고 있는 나도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인간 세상에서 약 29년 동안 지냈으니 이런 건 그래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여주는 것을 보니 조금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전혀 몰랐던 개념들이니.
“미안, 하나도 몰라서….”
내가 사과하자 시안이 화들짝 놀라며 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나는 안심하라고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이건 누나의 습관이기도 한데, 어쩌다 보니 나도 따라 하게 되었다. 몇 년 동안 내 손길에 익숙해진 시안은 조금 안심한 것 같았다.
“아니,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그냥 여기서부터 설명해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그러니까…임무 내용은 정말 다양합니다. 보통 임시 사니와는 가벼운 파견 임무부터 받아서 처리하거나 혼마루에서 일감을 받아서 사니와 경험을 쌓는 편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보니 진짜 과장급이 신입사원에게 일 가르치는 느낌인데? 나는 차근차근 상대의 이야기를 새겨들었다.
“아무래도 다른 일감은 혼마루 내부 남사들이 준다고 하니 그걸 처리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혼마루는 외부 일감을 많이 받는 편이라 그걸 건네줄 것 같네요.”
“그럼 누나가 나간 건?”
“….”
천천히 잘 설명해주던 남자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무언가 더 설명하려다가 땀을 흘리며 고민하는 거 아닌가.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어 다시 내가 물었다.
“설명하기 어려워?”
“그렇다기보다는… 하, 그냥 창을 열어 보여드릴게요.”
직원은 기동시킨 기계에 어떤 파워포인트를 띄웠다. 실제 파워포인트는 아니겠지만…. 피라미드로 된 도형화에 여러 등급으로 글씨가 쓰여 있었다.
보자, 이건 아래부터 임무는 ‘외부 규정 임무’, ‘내부규정 임무’, 그리고 그 위에는 ‘이형 규정 임무’와 ‘재해 규정 임무’까자 적혀 있었다. 딱 봐도 아래가 제일 쉬운 임무고 위로 갈수록 힘든 업무군. 누나가 간 건… 이 상황과 분위기로 봤을 때 재해 규정 임무인가?
“이 댁 사니와가 간 건 ‘규정 외 임무’입니다.”
… 여기 표에 없는데?
“가끔가다 재해 규정 임무가 폭주해서 사니와를 함부로 투입했다간 혼마루 줄초상 나서 주변을 봉하고 미해결로 넘기는 임무입니다. 애초에 보통은 그런 임무가 있는지도 모르죠. 시간 정부도 많이 통제하고 있지만…. 뭐 여기서부터는 발설 금지라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럼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당장 다시 누나를 불러야….”
“위험하긴 개뿔….”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빼고 있던 막대사탕을 나에게 겨누는 것 아닌가.
“댁 누님이 더 규격 외니까 말이야. 몇몇 임무는 직원이든 사람이든 줄초상 날 뻔했는데 싱글벙글도 혼자서 끝내고 오고…. 다친 사람 있다니까 그쪽 치료해주겠다며 사라지고 …. 아무튼 괴물은 당신 누님이고, 지금까지 다쳐서 복귀한 적도 없었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맙시다.”
존댓말을 섞어서 말하던 정부 직원은 그렇게 단언했다. 그렇지만, 누나는 저번에 아픈 적도 있었단 말이야. 생리통 때문에 누워있기도 했고, 자궁만 빼고 다니다가 아파서 주저앉기도 했고. 거기서도 원래 무적처럼 굴긴 했지만, 항상 그렇진 않을 거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칠지도 모르잖아.”
내가 대답하고 싶었던 말을 시안이가 풀이 죽은 듯 대답했다. 아니다, 시안아. 너는 내가 잘 가르쳤다. 기죽지 마라.
“다쳐봤자 종이에 손가락 쓸려서 베이는 정도겠죠.”
“그럼 다친 거잖아?! 당연히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쾅!]
시안에 이은 내 대답에 정부 직원은 갑자기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고는 고개를 큰 소리와 함께 박았다.
“… 빌어먹을! 그 괴물에게 시스콤 인외라니! 오 하느님! 세상에! ”
이 소리가 들린 건 뒷이야기다. 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아서, 대충 그를 달래며 말했다.
“인간 기준에게선 그렇게 느껴질 순 있겠지만, 똑같이 아프니까 말이야. 똑같이 통증을 느끼고….”
“미친놈…. 아니, 그럼 댁 누님에게 제발 전달 좀 해주십시오. 제발 해결한 다음 보고서 개판으로 쓰지 말라고.”
“… 누나가 보고서를 못 쓴다고?”
나는 깜짝 놀라 되묻고 말았다. 그래도 나를 데려왔을 땐 보고서 형식에 맞춰서 쓰긴 했는데 말이다. 전에 언뜻 본 적 있지만, 일본어 구사에 애를 먹을 뿐, 충분히 노력한 보고서여서 그의 말에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말은 어쩔 수 없는 듯한 이야기였다.
“‘나한텐 보였음.’ ‘나한텐 효과 없었음.’ 이런 식으로 쓰십니다. 제발….”
“그건… 알만하네.”
하긴, 그때도 부엉이로 날아가서 봤다고 썼었던가. 그걸 받는 이 정부 직원의 고난도 알만하니, 앞으로 누나가 제출하는 보고서는 앞으로는 내가 첨삭해서 제출해야겠다.
대략적인 업무 설명을 받은 나는 시안이를 데리고 이 직원만 존재하는 사무실에서 나가려다가 문뜩 떠오른 사항이 있어, 뒤돌아보며 물어보았다.
“우리가 존댓말을 하는 게 나을까?”
누나랑 함께 대화하다 얼떨결에 반말하고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걸 불편해할까 의사를 물어봤더니, 그는 갑자기 끔찍해 하는 듯이 전신을 몸서리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존댓말 하지 마세요. 이건 일종의 규칙입니다.”
“그런 규칙도 있었나….”
“이건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만….”
직원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누군가가 없는 걸 확인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면 인간이 당신을 인간인 줄 알고 얕보며 당신에게 안 좋은 계약 혹은 이상한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당신, 미카즈키 무네치카 개체랑 좀 닮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
내 앞에서 빙긋거리며 말을 빙빙 돌려서 말하는 미카즈키 무네치카라는 도검남사를 생각하니 속이 안 좋아졌다. 첫인상으로 인해 별로 형부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형부 탑 1위에 등극한 남자다. 다시 만난다고 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고 형부까지는 백배, 천배까지 양보할 수 있지만 아버지? 죽어도 싫다. XX.
“2세도 아닌데 닮았다고 하면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닐 놈 넘쳐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터지면 댁네 누나가….”
직원은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끽 그었다.
내 누나는 착한 편인데 왜 이러시나. 다른 인외보다는 온화하고 정 많다고. 누나가 보여준 주변 인외는 인간을 하찮은 버러지로 보는 [바람둥이 철새 양반](심지어 새들과 바람을 피웠다.)과 인간들은 멸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 말살론 고래 아줌마] 등이 있었으니까. 이보다 더한 양반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더 떠오르지 않네. 누나가 제대로 소개해준 인외는 위 두 명뿐이기에, 나는 두 손으로 턱을 잡고 골똘히 생각하다 같이 생각하는 시안이랑 동시에 대답했다.
“누나는 인외친척들 중에서 되게 순한 편인데.”
“뭔가 착각한 거 아니야?”
“동생들 앞에서는 착한 척했나 보네. 억울해 죽겠네! 댁네 누님, 정부 쪽에서는 미친 인외로 소문났습니다.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정부 직원이 그렇게 말하며 진짜 얼굴색이 달라지니 뭔 일이 있었구나 싶었다. 어쩐지, 일을 누나가 시키는데도 꿍얼거리면서도 그냥 받아 가더라….
“근데 더한 일이 터지면 진짜 어떻게 나올지 상상도 안 가니까 그냥 반말 쓰면서 자기가 우위라고 생각하는 인외인양 행동하시죠. 지금은 인외실격입니다. 한번 재수 없게 말해보시죠.”
“우리가 그렇게 재수 없었다고?!”
“아뇨, 저는 지금보다 더 재수가 없게 행동하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만? 인외 티를 팍팍 내시는 건?”
“…못 들은 거로 하지. 일단 충고는 고마워.”
***
사리카는 전달받은 초동보고서를 팔락였다. 자신에게 득이 될만한 정보도 쓰여 있지 않았고, 이게 대체 재해인지도 모르겠고….
‘재해라고 해봤자 영력이 급격히 고갈되어서 쓰러진다는 정도잖아? 그래서 정부 직원은 고사하고 정부남사도 접근이 어렵고.’
일단, 횡설수설 써놓은 초동보고서를 정리해보자.
첫 번째로, 폐허가 된 소규모 혼마루를 둘러싼 안개가 있다는 점. 이게 정부 직원들이 파견되는 이유였겠지. 이상 현상 조사로 인해 직원들이 왔다 갔는데, 결국 원인을 몰라서 폐쇄 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개를 헤치고 혼마루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뱀이 직원들을 쫒아낸다는 것.
그거에 강경한 반대를 하던 히자마루 개체는, 지금은 불온한 힘이 모여서 겐지 형제 중 한쪽은 뱀이 되어서 그 혼마루를 지키고 직원들을 쫒아내고 있다는데, 그 직원 중 대부분 영력이 급격히 고갈되어서 쓰러진다고 한다. 몇 명은 실려 갔다고 하고. 이 점에서 규격 외 임무일 가능성이 커, 영력 적은 사니와들을 제치고 사리카에게 맡긴 것이다. 그래서 보고서에는 [오래 머무르지 말 것]이라고 붉은 글자로 쓰여 있었다.
일단 영력이 고갈된다는 것 자체에서 정부는 함부로 손을 쓰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남사들이야 당연히 그들은 영력을 적게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고, 일주일 이상 버틸 정도로 정부를 떠나 장기간 파견을 하는 경우도 적으니 이 업무 파견인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주인을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다른 혼마루에서 도검남사를 파견하기에는 이런 실종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자신의 애도를 보내는 사니와도 없을 터이고. 일반 정부 직원은 영력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 천지고.
‘실종된 인간들도 있군.’
시간이 일주일 이상 지난 걸 보니 죽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겐지 형제들이 데려가서 돌봤다는 희망적인 가정을 해도 식료품이 전달이 안 되는데 어떻게 살아있겠는가? 심지어 기록을 훑어보니 뒤의 안개 숲에서 실종된 민간인도 있었다. 여긴 몇 년 단위다. 쯧. 시체도 발견 못 했으니, 정부에서는 왜 죽었는지도 파악 못하고 있는 거겠지.
‘또, 살아 나온 사람 중에 이상한 걸 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목격담이 전원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정도가 주의할 점인가. 앞으로는 초동보고서 똑바로 쓰고 정리해서 넘기라고 뭐라 말해야지 원. 사리카는 그렇게 투덜거리고는 해당 폐허에 접근했다. 안개는 안 그래도 스산한 폐허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 도검남사는 별로 문제가 안 된다. 그녀의 경험상, 대부분의 도검남사는 성질이 온순하여 말을 주고받거나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해주는 것 정도로 금방 대화가 되는 상태가 되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도검남사가 불온한 힘을 품고 이형의 모습을 하고 있던 말던, 신이 된 그녀에게 인외생 3년 정도면 아이였다. 도검남사들이 많은 시련을 겪고 성숙해지는 걸 보면 얕봐선 안 되겠지만, 대부분의 대화를 해서 이유를 들어보면 유아기 수준의 욕망 정도였다. 일단 그녀에겐 그 정도 인식밖에 안됬다. 그 정도로 유치하고 순수한 욕망을 가진 존재라 그냥 주변을 깔끔하게 해주고 잘 대해주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스스로 결정했다. 솔직히 규격 외 임무라고 건네주는 것 중에서는 그렇게 처리한 것도 많으니까.
자신 앞에 있는 이 커다란 뱀도 마찬가지다. 폐허에 들어서자마자 사리카 앞을 가로막으며 위협하는 듯이 쉭쉭 소리를 내며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 아무리 이걸 위협이라고 위에서 내려다보든 말든 그녀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게 문제다. ‘그냥 또 귀찮은 임무군.’ 싶지.
한숨을 쉬며 대화 물꼬를 트고는 사리카는 뱀에게 말을 건넸다.
“있잖아, 여기서 나간 정부 직원들이 쓰러진다는데 아는 거 없어?”
[모른다. 나가라.]
뱀은 그녀의 말에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당장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거 참, 초반 정부 직원들이 얼마나 세게 나갔으면!
“아이참, 난 정부 직원이 아냐! 너무 뾰족하게 굴지 말고…. 알려주면 나도 너를 도와줄게. 그 정도는 정부 몰래 도와줄 수 있어.”
[모른다.]
돌아오는 대답은 참으로 간결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보통 회피하는 경우에는 진짜로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사리카를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경우 혼마루에 무언가 있어서 진입을 거부하는 경우라던가, 이것도 아니면…
“그럼 히게키리는 왜 없어? 히게키리랑도 대화해보고 싶은데.”
기재되어있던 히게키리가 안 보이는 일이라던가? 그러자 뱀은 움직임을 멈추고 말이 없어졌다. 아마 사리카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고 있는 거겠지. 음, 그럼 사리카는 자신이 한 착한 일을 어필해보기로 했다.
“나도 원래는 청소도 해주고 대화할만한 자리를 만들어보고 예의를 갖춰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데, 정부가 여긴 너무 어지러운데다가 위험하다고 오래 있지 말라고 하더라고.”
[위험?]
“영력이 빨리 닳아 없어진다나 뭐라나. 너는 괜찮고?”
넌지시 에둘러서 네가 한 짓이니? 라고 묻는 말에 사리카를 이리저리 주변을 맴돌며 탐색해본 그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조금은 경계심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정말로 모르는 일이다. 이건 형님을 걸고서라도 맹세할 수 있어.]
“당사자는 어쩌고?”
[그게….]
뱀은 고개를 푹 숙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도와주었으면 한다.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정중히 부탁하는 걸 보아하니, 너에겐 이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히게키리는 안에 있는 게 아니야? 잠깐 여기 마루 봐도 돼?”
[거짓말이 아니다. 그리고…마루 정도는 봐도 된다.]
사리카는 그렇게 대답하며 혼마루 내부를 둘러보았다. 한눈에 봐도 안에서 생활하지 않았는지 오래되어 보인다. 쓱 손가락으로 쓸은 마루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마당에는 흙으로 만든 둥지 같은 것이 있는 걸 보아하니 뱀 상태로 저기서 생활하는 것 같았다. 근처 연못에는 물도 없었다. 아주 말라비틀어진 폐허라고 할까. 생각보다 처참한 모습에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 히자마루가 걱정되기 시작한 사리카는 입을 열었다.
“너무 안 좋은 곳에서 지내는데…. 일단 형님이 오면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어때? 혹시 못 옮길 이유라도 있어?”
[… 예전 주인이 중요하게 우리에게 맡긴 물건이 있다. 그래서 떠나면 안 돼.]
“그거 들고 옮기면 되잖아?”
[그럼 주인이 여기에서 우릴 못 찾게 되지 않는가?]
“‘우린 다른 곳에 있으니 정부에 연락하라’고 게시판 같은 걸 설치하고 비상 호출장치라도 세우면 어떨까?”
[…정부에 가면 다른 혼마루 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우울한 목소리로 뱀에게서 그렇게 답변이 나오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마치 애를 달래듯이 고개 숙인 뱀의 비닐을 쓰다듬으며 이것저것 말했다. 자신이 구출한 남사들은 정부로 가기 전 남사들을 임시 보호 하는 일도 하고 있고, 정부에서 어떤 일을 맡을 수 있는지 직업훈련처럼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해주며 힘들면 조금 쉬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밥 정도만 알아서 챙겨 먹고 체력단련이나 훈련 정도만 참가해도 된다고 말이다. 자신의 혼마루가 아니더라도 이것보다 더 해주는 임시 보호 혼마루도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제야 그는 조금 안심하면서도 눈을 팔자로 구부리며 구슬픈 눈동자로 말하는 것이다.
[그럼 나쁘지 않긴 한데. 그러려면 형님을 찾아야 한다.]
“히게키리가 어디로 간지 아니?”
[구해올 것이 있다고 산 뒤로 가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너는 강하니, 거기로 한번 가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아 말해주는 거다.]
아, 보고서에서도 기재된 민간인 실종된 숲 말인가. 어차피 둘러볼 생각이었기에 사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갔다 온다고 말하고 뒷 숲으로 들어갔다.
안개 낀 숲…이라고 해도 사리카에겐 그냥 시야가 잘 확보 안 될 뿐 그냥 숲이었다. ‘그냥 여기저기 우거져 있다 보니 잘못하면 어린애면 실종될 수 있겠군.’ 같은 생각이 드는 숲. 뭐 어린애라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길을 잃고 실종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근데 왜 이곳만 그러지? 마치 안개가 이 폐허를 둘러싸고 있는 듯이….’
폐허 앞에는 안개가 껴있어도 별 건 없었는데, 여긴 약간 불쾌한 느낌이 들어 사리카는 발걸음을 옮겼다. 피부도 조금 가려운 것 같았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걸었다. 안개가 시야를 가려 희뿌옇게 보였지만 나무 모양이 조금 기괴할 뿐, 그냥 숲이었다.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아, 그녀는 주변에 ‘누구 없어?’고 소리치듯 여러 번 말을 걸며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우당탕!’
사리카는 발에 무언가 채여 앞으로 고꾸라졌다. ‘가끔 이렇게 한 건 한다니까….’ 하며 그녀가 몸을 돌려 일어나려고 할 때, 자신이 뭐에 걸려 넘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그건 찾고 있던 히게키리였다. 단지 시체처럼 땅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채일 뿐.
그녀는 잠시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코와 입 쪽에 귀를 기울이고는 이내 그의 몸을 막 흔들어보았다. 살아있기는 했다. 히게키리의 몸에는 영력이 조금 남아있었다. 기절한 지 꽤 오래되어 보였고, 적어도 삼일 정도는 방치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녀가 흔들어도 도무지 깨어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도검남사가 인외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방치되어도 괜찮으려나. 까딱하면 인간 몸체가 사라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주인을 잃어버린 것 같았는데, 이렇게 옛 주인 영력을 싹 다 잃어버리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발작하는 남사가 꽤 있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할 수 없지. 사리카는 영력으로 근력을 강화해서 그를 업고 칼까지 챙겨서 되돌아갔다.
일단, 그녀의 판단으로는 히게키리와 히자마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았다. 일단 안개 없고 쨍쨍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같이 말이다. 이딴 수상한 곳에 살게 할 순 없지.
그렇게 사리카는 가볍게 히게키리를 구출해왔다. 돌아온 두 사람을 본 뱀은 눈이 동그래지며 허둥지둥거렸다.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녀는 쓰러진 도검남사를 눕혀둘 곳이 보이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먼지 쌓인 마루에라도 눕혀놓았다. 커다란 뱀은 쓰러진 자기 형을 보며 허겁지겁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급하게 돌아와서 그런지 피부에 비늘이 보였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짠! 어때?”
“고맙다. 고마워….”
“잠깐 이불이라도 있나 확인하고 올게.”
그는 자기 형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리카는 역시 방에서 먼지 쌓인 이불이라도 가져오는 게 좋다 싶어, 신발을 신은 채로 혼마루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혼마루는 뭔가 이상했다. 숲에 안개가 계속 끼어있으면 해당 지역이나 지형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 거라고 볼 수 있겠으나, 혼마루 내부에도 안개가 껴있었다. 이 폐허 뒤의 숲과 마찬가지로 같이 피부가 조금 가려웠다.
결국, 사리카는 마루에 누워있는 히자마루에게 물었다.
“안에 뭐가 있어? 느낌 이상한데.”
“…이상하다. 형의 영력이 너무 적어.”
그러나 히자마루는 사리카의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오히려 히게키리의 상태에서 영력의 허전함을 느끼고는 당황스러워하며 걱정하는 듯했다. 사리카야 히게키리를 발견했을 때부터 느끼고 있던 거라, 가볍게 대답했다.
“응? 그러게. 발견했을 때부터 그런 상태라 급히 데려왔어.”
“나갈 땐 이렇진 않았는데…. 혹시 영력을 좀 나눠줄 수 있겠나?”
“그거야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원래 주인의 영력이 희석될 텐데….”
급히 요청하는 히자마루의 표정에, 이런 걸 신경 쓰는 남사가 있어서 한번 물어보았다.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주인은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지 않나. 만일 없다고 해도, 새 주인이든 새로운 삶을 살아가다 보면 괜찮겠지. 그녀는 가진 영력을 눈을 뜨지 않는 히게키리에 나눠주고선, 다시 히자마루에게 물었다. 누가 봐도 눈에 띄게 창백했던 몸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히자마루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이구, 누가 브라콤 아니랄까 봐.
“이제부터는 내 물음에 대답해줘. 왜 혼마루 내부에 안개가 껴있는 거야?”
“안개?”
“… 몰랐어? 저기 안쪽에 안개가 껴있잖니. 나 그래서 이불도 못 가지고 나왔는데.”
“그럴 리가…. 내가 뱀이 되기 전에는 없었다.”
뭔가 이상한데. 작게 중얼거리던 사리카는 위험한 촉이 발동한 듯, 히자마루가 아닌, 폐허가 된 혼마루 내부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을 이었다.
“… 혹시나, 혹시나 해서 묻는데 말이야.”
“뭐가 또 궁금하지?”
“아까 말했었던 주인이 맡긴 물건, 주인이 직접 맡겼어?”
“….”
히자마루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상하게도 그때 기억만은 제대로 나지 않았다. 마치 희뿌연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사리카의 표정은 히자마루가 옆에서만 봐도 알 정도로 심각해져만 갔다. 기다리던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사리카는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갔다. 딱 안개가 나오지 않는 곳까지. 한참 생각하던 히자마루는 대답했다.
“… 미안하군. 기억나지 않는다.”
동시에 사리카는 허공에서 방울이 달린 지팡이를 꺼내고는, 안쪽으로 뛰어갔다. 아무래도 히자마루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돌진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히자마루 또한, 자신을 도와준 믿을만한 존재가 안쪽으로 뛰어가 버리니, 짧은 고민 끝에 형을 둘러업고는 그녀의 뒤를 바로 따라 뛰어갔다.
혼마루 안은 안개로 가득했다. 언제 이런 것이 있었지?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녀의 모습을 뒤쫒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뒤늦게 들어온 탓인지, 안개 때문에 사람은커녕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피부에서 따가움이 느껴졌다.
툭.
이윽고 자기 피부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욱신거리는 팔을 내려다보자, 그곳에는 자기 비늘이 여럿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진 곳에서 피가 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안개 안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멀리서 무언가가 보이며 자신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히자마루]
그 모습은 마치 자기 주인같이 보였다. 하지만 저건…인간이 아니라는 육감이 사이렌을 울렸다. 저기가 어디지? 저건 왜 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게다가 나는 분명 혼마루 안이었는데…. 설마 형이 실종된 이유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과 관계가 있나?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으나 다리에서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패착이다. 최소한 자신이 업고 있던 형의 몸을 재빨리 안개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의식을 잃은 형을 업고 사지로 들어오다니. 동생 실격이다.
계속해서 그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정신까지 아득해지는 상황에서, 결단한 히자마루는 자신의 칼을 꺼내 재빨리 자기 허벅지를 찌르려고 했다. 정말이다.
[쨍그랑]
그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람 폭풍이 이미 폐허가 된 혼마루의 나무 문을 부수고 쓸려나갔다. 볼품없이 부러진 나무 문 사이로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걷히고, 깨진 항아리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속에서 그녀는 주저앉아 밑바닥 부분을 주워서 들어 올렸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이상한 문양이 밑바닥에 그려진 부분이었다.
“… 이건 정부에 보고해야겠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두꺼운 비닐백으로 보이는 곳에 그 조각을 넣었다.
*
그녀는 히자마루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추가 정부 직원을 재빠르게 불러 도착하게 하고는 자신들을 치료하게 하더니, 훌쩍 안개 숲으로 사람과 함께 들어갔다. 전보다 옅어진 안개 속에서, 몇 번 그녀가 들고 있던 골동품 같은 방울이 쩌렁쩌렁 울리며 특정한 율동처럼 흔들리며 센 바람이 몇 차례고 불어왔다. 그러면 안개는 계속해서 옅어지고, 옅어지고는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그 앞에서 그 자신과 형을 챙기던 정부 직원들은 그걸 보고는 몇 차례 쑥덕거렸다.
‘역시 그냥 저 사니와만 보내면 가볍게 해결되는 것 같은데. 1년은 썩인 문제잖아 여기.’ ‘최근엔 여기 시간 흐름도 이상해서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해도 고참 실종 터졌었잖아. 그때 신입사원들 울고불고 난리 났었는데.’ ‘사람들, 역시 실종된 직원 찾는 거겠지?’ ‘아마도…. 유해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긴 하셔야 할 텐데.’
‘여기 도검남사들은 뭐래?’ ‘안개랑은 관계없고 이용당한 것 같다고 하더라. 한동안 의식도 이상할 거라 하고… 정화의식 치러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뭐더라, 요즘 유명한 역수자들 단체 있잖아.’ ‘아… 거기가 저지른 짓인가?’ ‘그 단체 특징이 [암시]잖아. 요번에도 그런 것 같더라고.’
수많은 정보가 그의 귀 근처에서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히자마루는 전혀 이런 정보를 몰랐다. 자신도 위험한 상태였다고. 헛웃음을 지으며 정부 직원이 건네준 따뜻한 차나 마셨다. 따뜻한 차가 전신에 퍼지는 것 같았다. 따뜻하게 안정된 몸은 날카로운 판단력을 돌아오게 했다. 듣자 하니 형은 자세한 검사를 위해 정부남사병원으로 입원시킨다고 한다. 아무래도 형은 정부행으로 확정이 난 것 같았다.
“사니와님, 이번 사건 말인데요…”
“사니와님!!! OOO 님은…”
자신을 찾아왔던 사니와는 꽤 대단한 존재인지, 이쪽으로 오기도 전에 정부 직원들이 달라붙어 질문 공세를 하며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았다. 하긴, 자신이 인간이라도 저 사니와에게 매달릴 것이다. 순식간에 일을 해결해버리고, 처음부터 되게 믿음직스럽지 않았던가. 힘을 가진 자가 힘으로 억누르지 않고 상대를 존중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뾰족한 마음도 들어가 버린다.
우리가 전달받은 건 뭐였을까? 시간이 꼬였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그는 계속 종이컵에 있는 차를 홀짝거렸다. 아무래도 차에는 정화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약간 짜기도 했고.
차를 마시고 조금 있자 자기 몸에서 모든 이상한 기운이 걷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그제야 히자마루는 ‘자기 주인은 죽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속속히 묻혀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주인이 죽었다는 소식에 거짓말이라고 외면하고 있자, 친우인 자가 주인이 되돌아오는 도구라고 하여 항아리를 받아두었다. 건네준 친우는… 당시 친한 이웃 도검남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도검남사의 얼굴도 아니었다. 그리고 점점 판단력이 흐려지는 그를 본 형은,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나를 원래대로 되돌린다고 하며 가버렸다. 그때부터는 아예 기억도 사라져버렸다. 단지 형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을 뿐. 주인에게 집착하다 가장 중요한 형까지 사지로 내몰다니. 동생 실격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사람들과 여럿 이야기하다가 질색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표정을 보니 여기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그걸 깨달은 나는 그녀가 몸을 돌려 돌아가 버리는 모습에, 히자마루는 자신이 마시던 컵도 떨구고 달려가 재빨리 그녀의 옷가지를 잡아버렸다.
그제야 그녀는 뒤돌아 히자마루를 바라보아주었다. 아까 없었던 서류 여럿이 들려있는 걸 보아하니, 여러 일을 떠맡은 모양이었다. 그는 혼자서는 여기 있을 수가 없었다. 자기 판단력에 의심이 가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정부는 오히려 미덥지 않았다. 여기를 찾아왔을 때부터 사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은 인간을 직접적으론 공격한 적이 없는데도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않았던가. 그러면 그 자신과 형을 부탁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나를… 형과 같이 데려가 줘.”
“… 우리 집에는 겐지 형제가 있는데?”
“…알아. 그렇지만….”
그는 그녀의 소매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인간으로 치면, 어린애의 응석 같은 거라고 할까. 떼를 쓰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당하는 인외의 입장에서도 유하게 보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인간이 아이를 보는 시선처럼 말이다. 인간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보았던 그녀는 더더욱 그랬다. 결국 사리카는 옆에 있는 정부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관련 임시 서류 전달해 주실래요?”
“하지만 히게키리는 진료를….”
“제 혼마루에도 도검남사 진료소는 있어요. 자주 응급으로 보내시면서.”
그녀는 넉살 좋게 웃고는 순식간에 해당 히게키리와 히자마루를 데려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