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지도 않던 남편이 기억을 잃고 나니 구애하는데요
*제 드림이 아닌 아마씨드(@ ama_seed)님의 드림입니다.
*썰 형태의 글
기억 잃기 전의 진규는 아무래도 오사후네와 “”장남“”의 무게가 더해진 남자였을 것 같다. 여성들에게 친절하긴 하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고 별로 자신의 선 안에 들이지 않음. 자신에게 중요한 건 자신에게 딸린 “쇼쿠” “후쿠”가 있었기에. 후쿠는 아무래도 가문을 잇기보다는 꽃을 좋아해서 아무래도 정원사업을 하지 않을까. 쇼쿠는 뭐든지 잘하지만, 어린애에게 다음 가주를 시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해서 자신이 맡았지만 별로 진심도 아니었을 듯.
단지 가장 좋아하는 건 생각을 없애고 자신에게 걸려있는 장남의 무게나 주변 소리를 다 잊어버릴 수 있는 검술이었을 터이고, 그건 황실기사단 단장으로 취직한 그가 워커홀릭으로 가는 지름길이었을 뿐.
황실은 베일에 싸여있고 아마 황실 인원이 누군지도, 몇 명인지도 제대로 안 밝혀졌을 것 같음. 신의 핏줄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람을 보면 안 된다면서. 그 덕에 황실기사단 단장인 그도 황제의 얼굴을 잘 보지 못했음. 단지 충성을 맹세하고 자기 주인을 지킬 뿐.
그런 상황에 황실에서 내려온 명령. 아무래도 황실에서는 오사후네가 조금 위기로 보였나 봄. 친척들도 빵빵하지만, 지금부터 위험한 임무를 계속 수행할 진규에게는 역시 “후사”가 필요했음. 그래서 황실에서도 일부러 이 여자 저 여자 붙여보기도 했는데 미인계도 안 통하더라.
생각해보니 진규는 옛날부터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진짜 칼같이 다 쳐내서 무서웠었음. 아무래도 여자 공포증 있는 거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는데 진실은 그냥…부모님 이슈였음. 여자들에게 특히 친절하고 젠틀한 건 가모로부터 내려온 습성. 그리고 어렸을 때 질척이는 여자들이 달라붙으면 뭔가 꼭 골치 아픈 일을 저질러서 달라붙으려고 해서 절대로 일정 이상의 선을 내주지 않음.
“아들아, 들으렴. 저게 네가 선을 내준 대가다. 친절하되, 마음을 내주지 말고 몸도 내주지 마라.”
뭐 이런 식으로 가모가 가르쳤을 것 같기도 함. 왜냐면 가주가 죽어서 가모가 가주 대행을 하고 있는데 그때부터 온갖 암살위협과 여자들에게 대시 받았을 것임. 그중 여자들의 고백은 아마…오사후네가문을 먹으려고 하는 작자들의 음모거나 호시탐탐 엿보는 어른들을 먼저 봤었을 것.
그의 자수정 눈동자에는 그런 어른들이 일그러지게 보였고…그가 성인이 될 무렵 가모가 사고 나서 죽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주가 된 그는 어린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속부터 독초가 되어있을 가능성도 큼.
그러니까 어느 순간부터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임. 여자란 영악하고 복잡도 하지. 제 어머니 같은 존재가 있는 것처럼 자신들을 잡아먹으려고 머리 굴리는 사람도 있으니. 특히 외부에 적이 많으면 폐쇄적이게 되고 평판을 신경 안 쓸 수 없으니까 “친절한 오사후네, 여자 홀리는 오사후네.” 이런 식의 말도 돌았을 것.
아무튼 그들이 걱정하는 건 진규의 “후사” 칼을 잘 쓰고 자신들에게 충성할 수 있는 “후사”가 있으면 진규가 죽어도 언젠가 쓸 만해지면 다시 들일 수 있겠지. 그렇게 황실 주선이 일어나려고 하자 진규가 황제에게 간언을 올림.
“저희 집안은 예전부터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다른 가문과 연이 없는 한미한 가문이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황제에 눈에 들어와 발탁된 것은 신흥귀족 중 하나였던 평범한 집안의 이아마였다.
이아마는 부모님의 주선으로 진규와 처음 만났다. 주변에 이 만남을 주선했던 사람들은 처음에 그들이 잘 어울린다고 북돋아 주다가 한번 둘이서 이야기해보라고 자리를 피해줌. 뭔가 벽이 있는 것 같은 남자는 이아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만 자기 이야기는 잘 안 했다. 이아마는 어느 정도 진규에 대한 소문을 들은 상태인데, 그 소문들이 안 좋은 것만 스쳐서 “진규는 아무래도 게이인 것 같다.” “최고의 레이디의 손도 건조하게 잡고, 끝이더라.” 이런 이야기만 들어서.
그래서 이아마는 아무래도 게이의 위장결혼에 잡혀 온 것 같아서 긴장 중이었고 진규는 방긋 웃으며 어느 정도 아마를 배려해줌. 그리고 그 만남이 한 두세번 이어졌을 때 진규가 먼저 자신의 접견실로 아마를 데려와서 제안함
“계약 결혼”을.
그의 패기에 고개를 끄덕인 이아마는 “알겠다.”고 말하고 계약서를 훑어보았는데, 그 계약사항은 자신과 진규는 합방해도 19금은 없을 것이며 위장용일 것. 만일 자신이 죽으면 가장 우선순위는 “후쿠”랑 “쇼쿠”고 아마에게는 어느 정도의 재산만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음. 상속권은 후쿠랑 쇼쿠의 아이들이 먼저고, 아마의 아이에게는 가지 않는다는 게 전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겉으로는 금실이 좋은 부부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말이 덧붙여있었음. 그러니까 이 남자는…어찌됬건 게이건 불구건 둘 중 하나라고 확신한 아마는 자신을 건드리지 않고 어느 정도의 품위유지비를 보장한다는 것만 주장하고 사인함. 왜냐면 아마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에게는 남자와 별로 연이 없을 것 같았거든. 그냥 안위만 보장되면 일도 안 하고 개꿀일지도.
그러나 이아마는 돈과 별개로 꾸준히 일해야 했다. 심지어 신흥 직업인 의사 일이 자신에게도 흘러넘쳐 와서 욕지거리하며 최소한의 일은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에….
계약 결혼 후, 딱히 상황이 변하진 않았다. 서로는 무미건조했고, 딱히 진규 쪽에서 아마를 더 보지도, 아마 쪽에서도 진규를 더 보진 않았다. 그냥 무미건조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쇼쿠가 진규에게 뭐라 한 소리 한 모양이지만, 먹힐 리가 만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합의한 사항이 아닌가. 아마 또한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이어 나가다가 어느 날 진규가 찾아온다. 자기가 이번에는 위험한 일을 맡게 되니 계약서 내용을 다시 복기시키려고 온 것임. 아마도 알았다고 끄덕이고 이 가문에 욕심 없다고 보이고 나서야 남편 진규는 출장을 나간다. 역시 위험하니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라고 말을 한 번 더 걸어본 아마였으나 돌아오는 대답 없이 그는 저택 밖으로 나간다.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 저택에서 잘 크고 있던 쇼쿠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여러 가지 아마에게 말하던 도중에 긴급한 상황이 전해져 온다. 진규가 화상을 입어서 중태에 빠진 상태라고.
그래서 재빨리 저택으로 실려 오고 사람들이 달려가는데 아마도 걱정되어서 달려가 봐주고 가문 주치의도 불러와 상태를 본다. 왼쪽 반신에 화상이 있는 상황. 아마도 의사로서 두고 볼 순 없어서 주치의의 처방을 돕고, 외과에 해박한 사람을 불러오기도 한다. 일주일이 지났다. 쇼쿠도 같이 돌보며 걱정하는 와중에 화상 처치는 끝이 나고, 의식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못 깨어난다면 죽겠지. 아마에게 이제 쇼쿠와 후쿠에게 자신이 한 이 결혼에 관해 이야기 해줘야 할 것 같은 직감이 찾아온다.
그러다 며칠 후, 아마는 결심하고 쇼쿠와 후쿠에게 이 계약 결혼에 대해 말해줘야 할 것 같고, 슬슬 자신은 저택을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품위유지비는 그녀에게 꾸준히 들어왔으니 한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겠지. 무뚝뚝하지만 잘생긴 남편 있어서 좋았는데 말이다. 물론 그녀의 망상 속에서 bl로 해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진규가 이럴 거라든지 달콤한 썰을 풀어줬지만, 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아마와 진규는 건조했다. 언제든 계약이 끝나면 서로 헤어지고 서로 다른 길을 가겠지. 아마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아마가 진규에게 지금까지 수고했다는 말을 육성 밖으로 꺼내고 돌아서던 순간이었다.
“가지 마.”
진규는 떠나려던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땀을 흘리며 일어난 그는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 대화가 끝나고 쇼쿠와 후쿠에게 계약 결혼에 대해 말해주려고 했던 아마는 깜짝 놀라고, 시간에 돼도 오지 않는 안주인을 걱정하여 그 둘이 진규의 방으로 들어간 순간…진규가 아마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서로 사랑했구나! 부끄러워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거였어. 하여간 형은~ 이라는 말로 깨어난 진규를 맞이하게 된 그들. 그들에게 돌아온 말은 꽤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다들 누구야? 나는…누구야?”
한바탕 소동 이후 모두가 진규에게 이름도 알려주고 관계도 알려주지만 도통 기억을 쉽게 되찾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마는 그럼 일단 황실근위대에 휴가를 요청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좀 더 요양 기간을 늘려보기로 하고, 진규의 상태를 지켜보기로 한다.
진규의 회복은 조금 빨랐다. 화상이 심했고 오래 누워있었는데도 근육이 그렇게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걷는 것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만 빼고. 다만 화상을 입고 헤매다가 아마가 돌봐주었던 것을 기억하는지 자꾸 아마를 찾아 말을 걸었다.
묘~하게 자기에게 치는 벽이 조금 사라진 것 같은 아마는 기억을 잃어서 그런가. 하고 넘긴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계약 결혼에 대해 둘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은 맞는 것 같아서 털어놓고, 일단 환자가 해선 안 되는 일을 넘겨주고 출근한다. 물론 그 업무에는 당연히 한동안 격한 운동은 자제. 라는 말도 덧붙여 있었다.
그렇게 출근한 아마. 일도 바쁘고 거지 같은 상황도 다수 발생해 당장 도망가고 싶은 상황에 처하고, 힘들어서 창문 쪽을 쳐다보며 멍이나 때린다. 이대로 BL 망상이나 할까. 그래 기억 잃은 남편이 사실은…그러니까 사무실에 있는 저 사람의 자수정 눈동자같이.
…사무실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동료가 있었던가? 아마가 놀라 다시 쳐다봤더니 당당히 사무실 안에 들어와서 자기 책상을 빤히 바라보는 진규가 있었다.
너무 잘생긴 사람이 근접하고 있어서 놀라 자빠진 아마. 예전에도 이렇게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본 적 없었던 것 같은데. 괜찮냐고 물으니까 괜찮다고 뻔뻔하게 쳐내는 아마. 그러나 그런 게 먹힐 리가 없지. 다른 의사가 오자마자 아마가 넘어져서 허리를 다친 것 같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진규. 근데 분명 듣는 아마도 그럴듯해서 “아? 그건 찜질하면 괜찮아져요!” 하고 대응하지만 “그럼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가도 되죠?” 하는 그의 모습에 모두 끄덕거리기만 한다. 직장동료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봐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를 배웅하는데... 역시 직장동료들은 믿을 게 못 된다.
그리고 아마를 데려와서 자기 침대에 눕히고는 아마를 빤히 바라보는 진규. 아마가 진규에게 입을 연다.
“언제까지 절 여기에 둘 거에요?”
“잠들 때까지?”
“예???”
“편히 자. 편히.”
그러면서 목 끝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아마를 대해주는 진규. 아픈 사람이 누군데 말이야. 계약 결혼 연장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가? 그렇게까지 내가 쓸모 있나? 싶은 아마. 곧이어 떠오른 생각에 아마는 진규에게 말을 꺼낸다.
“그! 계약 결혼 건 때문에 그러죠!?”
“계약 결혼? 아, 동생들에게 들었어.”
“으음…그렇지만 저 게이 애인은 몰라요! 설명 안 해주셨으니까!”
“…뭐?”
“아? 이게 아니에요? 혹시 불구이신 건가요? 그럼 그것도 모르는 걸로 해요.”
아마의 뚱딴지같은 소리가 연속해서 나오자 진규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옆 탁자에 내려놓고 아마 위로 올라갔다. 아마가 펄쩍 뛰려는 것을 진규가 꾹 누르면서 물었다.
“그런 생각을 왜 한 거야…? 내가 그렇게 말했어?”
“아뇨…. 당연히 그런 이유가 아니면 저랑 결혼할 이유가 없어서. 익숙하니까요. 이런 건.”
“….”
“….”
그녀의 답변 이후 무거운 침묵이 한번 지나간 후, 아마가 진규를 불편해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은 진규가 그런 건 아니라고 답변하고 방을 나간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아내가 저러는 걸까? 의문을 가진 진규가 다음날, 진상을 알기 위해 드디어 집사와 동생들과 이야기한다.
음, 역시나 그의 애인 같은 건 없었다. 당연하지. 다른 여자들은 별로 내키지도 않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조금 충격적이었던 건 사무적으로 건조하에 대하는 부부관계였는데, 자신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분명 알지 못하는 것으로 심장이 울렁거리고 있다. 특히 방금 그녀에게 게이 애인이라던가, 불구라던가 이야기를 받았을 때는 심했었다. 당장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답답함. 쿵쾅거리는 심장. 분명 오해받아서 억울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키스하고 싶어지나? 그녀의 반짝거리는 에메랄드와 같은 눈동자가 생각났다. 아닌가? 페리도트와 닮았을지도.
진규 자신이었다면, 화상을 입은 남편이 실려 왔다면 무서워서 도망쳤을 것이다. 거울 속 진규 자신은 반신이 흉측하고 일그러져 있었다. 정성을 다해서 그래도 피부다움은 살려놓았지만 변식된 그 모습은 일렁이는 화염과도 같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그도 잘 모른다.
…일단 일은 그만둔다고는 이야기해야겠지. 진규는 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그가 반신에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황실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그에게 특별 훈장을 내리고는 관직에서 물러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무리 잘생긴 외모라도 그의 화상자국을 보면 사람들은 은근슬쩍 거리를 두었다. 진규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구나.
자신이 일부러 자리를 피하고 이야기를 들어봐도 원래부터 그랬던 듯싶다. 저택 안에서 아마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원래 성격도 무서웠고, 화상자국까지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자신은 괴물이겠지. 진규는 흥미를 잃은 눈으로 황실 안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보며 괜히 말을 걸려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화상자국을 보고는 떠났다. 물론 더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러면 이쪽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나의 뭘 보고? 돈? 가문? 기억을 잃어도 그의 인간불신력은 잔존했기 때문에 불쾌감만 가득해졌다. 앞으로 이 풍경을 굳이 보러 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저택으로 떠났다.
저택으로 오니 이미 해는 떨어져 있었고, 퇴근한 아마만이 피곤한 듯 침대에 누워있었다. 저렇게 침대가 좋은지. 진규도 몸을 씻고는 아마 옆 침대에 누웠다. 아마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옆으로 도망갔지만, 자신의 표정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이게 다시 다가왔다. 상처받은 표정을 했었나. 진규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황실에 갔군.
“무슨 일 있었어요?”
그녀가 그렇게 물었다. 그럼 가까스로 입을 연 진규가 대답했다.
“나 어떻게 보여?”
“화상이요? 잘 치료됬네요.”
“그게 끝이야?”
화상 입을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아마의 손을 툭 건드리자, 그녀는 고민하다가 다시 말했다.
“글쎄요… 그 외에는 잘 생겼다?”
풋.
“그렇군.”
난 그녀에게 잘생긴 사람이구나. 진규는 그 대답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퍼지는 미소를 주체할 수 없었다.
진규는 다음날 이번에는 자수정과 제비꽃을 사 왔다. 아마는 제비꽃 절임이라도 할까요? 하며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다음 날에는 어디론가 놀러 가자고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쇼쿠와 후쿠는 흐뭇하게 웃으며 안심했다.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려던 형도 저런 모습을 보이는구나. 그들은 오히려 진규를 말리지도 않았고, 억지로 쉬라고 하지 않았으며 수련하는 그의 형의 모습을 보고 가끔 아마를 부추기거나 형을 잘 부탁한다는 말만 덧붙여주었다.
계약 결혼인데요? 라는 그녀의 대답에도 알고 있지만 말이야. 라는 말만 했다.
어느 날 진규는 아마를 불러서 계약서를 내밀었다.
“우리 계약서를 없던 걸로 했으면 좋겠어.”
“왜요?”
“동생들도 이러는 거 소름 돋는다고 했던가. 쓸데없이 자기희생 말라고 하더라고.”
“아하.”
“그리고 난 게이 애인은 없어.”
“? 그건 예전에 말씀하셨는데. 네.”
“불구도 아니고.”
“... 네.”
뭔가 잘못 걸렸다는 생각을 아마가 할 때쯤에 그가 말했다.
“나는 이제, 계약서 없이 결혼을 이어 나가며 천천히 진도 나가고 싶은데. 어때?”
“예?”
“나와 다시 결혼해주겠어?”
“예?!!?”
아마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펄쩍 뛰어오를 수 있는지는 몰랐다. 날 보지도 않던 남편이 기억을 잃고 나니 저에게 구애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