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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루 이야기

엿보이는 것은 기억 조각인가, 예언인가, 미래인가?

太郎太刀物語貳 - 타로타치의 서사2

 

저번 일에서 도중에 화를 냈던 타로타치는 사건이 끝난 이후 화가 풀린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전혀 화가 풀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영혼을 쪼갠다는 행위는 정말 위험한 것이다. 자신들처럼 어떠한 물건에 분체를 담는 것도 아니고, 영혼 하나를 쪼개어 나누어 준다는 일은 너무 위험하다.

 

여기 영혼이 하나 있다. 이 영혼은 ‘자아’기도 하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힘들다고 당신의 자아를 나눠달라고 하면, 자주 쓰던 장식품을 줄지언정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색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락 같은 ‘취향’을 나눠주지 않는다. 나눠준 사람은 그것을 좋아했다는 기억도 잃어버리고, 줬다는 기억 자체도 잃어버린다.

 

누군가는 분명히 기억하는데 주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자아는 쪼개어져만 간다. 만일, 자아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취향을 나눠주어 버렸다면? 그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살아있되 살아있지 않은 자가 된다. 이것이 영혼을 쪼개는 행위의 위험성이다.

 

아루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행태가 조금 심했다. 칼이 잘 부러지지 않는다고 해도 영원히 부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날이 상하고 돌보기를 소홀히 하면 금방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인간은 칼보다 한없이 더 연약하다는 것을 타로타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현세까지 제가 같이 있겠습니다.”

“에?”

“최근 근시로써 아루지의 보필하지 못한 것이 뭇내 마음 쓰여… 오늘부터 아루지를 24시간 보필하겠습니다.”

 

당당한 스토킹 선언 아닌가. 작은 사리카(이하 사리카몬)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려달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미카즈키든 이시키리마루든 초기도 하치스카든 여유롭게 앉아 차나 마실 뿐이었다.

 

“책임져.”

“도망치지 말게나.”

“그래, 무릇 주인이라는 자가 책임을 지지 못하면 어찌 중대사를 결정하겠느냐?.”

“주인이라고 하지 말랬지!!”

 

사리카몬이 그리 울부짖든 말든 이놈들 중 한 명은 아주 많이 신난 듯이 꼴좋다는 얼굴로 바람이나 잡고 있었고, 아주 중요한 때 아니면 말하지 않는 한 놈은 모처럼 입을 열어 꾸중을 주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놀리듯 말했다. 진짜 셋 다 짜증 난다고 사리카몬은 생각했다.

 

“아버지라며! 아버지라며!”

“그래, 시아버지란다.”

“꺄아악!”

 

울분을 짜내면서 미카즈키에게 달라붙어 보았지만 돌아오는 끔찍한 단어에 펄쩍 뛰며 떨어졌다. 어떻게 저런 끔찍한 농담을! 사리카몬은 배신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그래도 타로가 저리 열심인데 하루 정도는 가만히 지켜보렴.”

“잘할 자신 있습니다.”

“너는 또 왜 그리 말해! 그나저나 왜 나를?! 떠넘기듯이 말하는 거야 이시키리!!”

“으음, 매일 같이 신사에 같이 가다 보니 말이다.”

“시할아버지였냐고!!”

 

이번에는 이시키리까지 타로의 편에 합세하고, 타로가 그에 한마디 더 했다. 이건 완벽히 자신을 떠넘기는 형태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타로는 매일 새벽에 혼마루 뒷 신사에 들린다고 했다. 훌륭한 신사의 검으로써는 아주 당연한 일이나 그로 인해 같이 새벽에 올라가는 이시키리의 환심을 사서 이시키리가 자신에게 시할아버지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에 털썩 쓰러진 사리카몬을 툭 치며 포기하면 편하다고 말하는 초기도 하치스카 코테츠가 있었으니, 아루지의 휴식실에는 아루지 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자신이 요즘 몸을 챙기지 못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인과응보라고 생각한 사리카몬은 이 이상 거부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타로와 함께 업무실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애초에 근시인 타로는 자신의 비위를 너무 잘 맞춰준다. 업무를 하다가 머그잔에 물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항상 물을 채워놓는다던가. 아니면 책상을 깨끗이 닦아놓는다던가.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어서 잠시 일을 멈추면 바로 알아채서 잠시 산책하러 나가자고 하면서 이끌고 나가 산책시킨다던가. 보통 근시 업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이러다가 자신은 엄청난 응석쟁이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어라? 근데 근시일을 보통 이렇게까지 하나? 이 정도면…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는 거 아닐까? 불안한 의구심이 든 사리카가 타로에게 말했다.

 

“타로야.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돼.”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입니다.”

 

타로는 그리 대답하면서 이어 그녀의 행동을 바짝 관찰했다.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인체는 박살이 않는가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까지 초조하게 머릿속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그다지 없으니까 말이다. 이런 것으로라도 챙겨드리지 않으면 자신은….

 

그러나 그 시선에 부담을 느낀 사리카가 일을 후딱 완료하고 먼저 일어났다. 이리저리 타로가 굳이 정리할 필요 없게 책상 또한 바짝 정리하기도 했다. 그 모습이 타로는 그녀가 선을 긋는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타로야.”

“네….”

 

대답도 힘이 나오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사리카는 타로를 바로 아래에서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표정을 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루지 24시간 붙어서 호위하겠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오늘 현세에서 내가 저녁 당번이니까, 이왕이면 같이 장을 같이 봐주겠니?”

 

그녀가 웃으며 타로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크게 눈을 떴다. 이건 바로 아루지가 자신을 위해 만든 시험일지도 몰랐다. 과연. 현세의 매체를 보니,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사랑받는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다. 만일 그런 것이라면, 타로는 살림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채소나 과일을 잘 고르는 법이라던가, 어떻게 손질하는 것, 마룻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결히 하는 법 등 전부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대태도 4명이 먹을 끼니를 직접 만들기도 했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는 없던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타로가 슬며시 웃으며 대답하니 아루지 또한 좋다고 따라 웃었다. 오늘 하루 잘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아루지와 함께 장에 나선 타로는 그의 키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한순간에 받아, 사리카는 정신이 없었다. 물론, 옆에 사리카가 같이 가자 이미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절이나 신사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녀가 눈에 띌 때는 사건 해결 중이라 깊이 관여하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나쁜 영기로 좋지 않은 꼴을 볼 수도 있다’라는 소문을 퍼트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사리카를 사무적으로 대했다. 심지어 타로는 내번복인 시라기누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로타치가 어느 신사의 신관이라고 생각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생각 외로 쳐다보는 사람이 별로 없네. 다른 애들도 좀 데려와도 괜찮을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사리카는 그냥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훑어보며 그리 결론 내리고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완전 시골이라기보다는 수도에 붙은 인천에 가까운 느낌이라 그런가? 미사키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점이 없잖아 있어서 뭐라 대답할지 바짝 긴장했는데 말이다.

그 옆에서 타로는 사리카가 사람들의 시선에 긴장한 지도 모르는 채로 채소를 골라 담았다. 어떤 요리가 좋을지 사리카에게 물어도 보고, 같이 채소를 골라도 보고, 이리저리 마트에서 재료를 보며 오순도순한 시간을 보냈다.

 

한참 그렇게 마트에서 마지막으로 과일을 고를 참이었다. 사리카가 어떤 과일을 살지 늘어져 있는 컷팅과일들 사이에서 고민할 때에, 두 사람을 보고 이런 소리도 들렸다.

 

‘신혼부부인가?’

‘어쩐 지 그 집에 여자 둘만 사는 게 이상했지.’

‘역시 바깥양반 있는 것 같더라니만.”

“….”

 

타로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어찌 그리 보이는 게 되는 건지 되묻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은 아루지랑 밤을 같이 보냈다. 그리고 요번에는 같이 전장에 나가서 자신의 검체에 영력을 직접 불어넣어 주지 않았던가. 정확히는 아루지 또한 영력을 검체로 변환하여 넣어주었다. 검인 자신들에게 아루지의 힘을 검으로 형태를 바꾸어 자신들과 공명시킨다는 사실을 더한다면 이건 곧…

 

생각을 마친 타로의 전신에 열이 감돌았다. 옆에서 컷팅된 과일을 바구니에 넣으며 카트를 이끌던 사리카는 갑자기 온몸에서 과부하가 걸린 듯이 새빨개진 타로를 보며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사리카는 알 길이 없어 타로를 집으로 이끌려고 했으나, 그가 뻣뻣하게 움직이는 탓에 어색하게 팔짱을 끼며 끌고 오는 방법 외에는 별다를 도리가 없었다. 물론 팔짱을 낌으로써 타로가 더 굳어버렸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사리카가 집에 오는 길에 타로에게 물었다.

 

“타로야, 왜 갑자기 굳어버린 거야?”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 책망하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혹시 주변 시선이 이상했니?”

 

타로는 고개를 저었다. 주변 시선이라면 아루지와 자신을 부부라고 보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상할 건 하나 없이 합리적인 추론 사실을 나열해 놨다. 여자 둘이 그런 외진 곳에서 살 리가 없고, 그 땅이 안 좋은 영향도 있고 저주를 받았으니 신관 쪽과 결혼한 것 아니냐는 소문 말이다. 그래서 절과 다른 신사에 연이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들락날락하는 거 아니냐-라는 류의 그럴듯한 소문. 앞뒤 따지자면 오히려 진실 같은 말이었다.

 

타로타치 자신이 아루지와 결혼한다면 기쁘게 준비할 자신이 되어있었다만, 아루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실까. 아루지 또한 자신이 아루지와 그런 소문이 난다는 것을 기꺼워하실까. 타로는 자신을 앞서서 무거운 장바구니 두 개를 들고 가는 사리카의 손에서 짐 하나를 슬며시 가져오며 말했다.

 

“주변에서, 저희를… 부부라고 보더군요.”

“음?! 어째서?”

“… 집터가 안 좋으니 신관과 결혼하신 게 아니냐고 들었습니다.”

 

타로는 힐끗 사리카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부끄럼 없이 당황한 기색만이 그의 눈에 읽혔다.

 

아.

 

타로는 조심스레 눈길을 돌렸다. 아루지가 자신에게 ‘그런 류’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 싶지 않았다. 직시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딱 하루뿐이었고 그 이후로 자신에게 그런 여지를 주고 계시지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단 하룻밤뿐이라도 통하지 않았던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음과 동시에, 자신의 옛 기억이 감정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어둡고 갇힌 곳에 오래 봉납 되어 자신이 현세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을 때, 내 앞에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던가.

 

미련을 갖게 하셨으면,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셨어야지. 이런 사색을 끝내게 한 것은 그녀의 한마디 말이었다.

 

“음… 그럼, 잠깐만 그런 거로 해도 될까?”

“네?”

“이용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그렇지만 미사키 양에게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잠시만 아루지를 도와주면 안 될까?”

“… 아루지는, 그래도 괜찮습니까?”

 

자신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당신을 바라보아도 되냐는 말 대신에 나온 말이었다. 인간들에게 그리 비춘다는 것은 허가의 의미도 지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허가해주는 이유에서 아루지의 마음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상황에서의 이로움을 찾는 그런 느낌이기에, 타로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정말로 괜찮냐고. 아루지는 넌지시 웃으며 말했다.

 

“뭐, 특별히 달라지거나 불편한 건 없지 않니? 사람들이 멋대로 오해한 것뿐인데.”

“달라지는 건 없다라… 그렇군요.”

 

정말로 달라지는 게 없을 거로 생각하시는 건가. 타로는 입술을 꾹 닫았다. 자신이 아루지인 당신을 욕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정말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까? 앞으로 이 황금색 눈에 당신만을 담고 쫓을지언데, 정말 불편한 것이 없습니까?

 

 

이렇게 타로가 생각이 많아져도 시간은 두 사람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는지 순식간에 사리카의 집 앞으로 옮겨놓았다. 사리카가 사는 이 오래된 집은 언제 오든 항상 요괴 대잔치이다. 현관문 밖에는 부유령이 살던 항아리에 작은 다육이를 심어놓아서 완전히 식물령으로 정착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바깥에서 사리카가 돌아오면 넘실거리듯 환영했다. 그 외에도 지붕에도 고양이 요괴가 있고, 또 집 주변에는 다른 여러 요괴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나 방금 요괴 대잔치라고 말했던 것과 같이, 잔치가 있으면 그 와중에는 불청객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들어온 대문 안쪽에는 사용하고 있는 듯한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그 자전거 사이 바퀴에서 뱀 같은 것이 똬리를 트고 혀를 날름거렸다. 뱀의 눈 흰자가 검은색으로 물든 것으로 보아하니 살아있는 생물이 아님을 넌지시 알려주는 듯했다. 타로가 먼저 대문 앞으로 들어오자, 뒤따라 들어올 사리카를 공격할 듯이 슬며시 고개를 쑥 빼었다. 그 능구렁이처럼 기어 나오는 자태는 사리카에 대한 악의로 번들거리고 있다. 근처에 쓸만한 무기는 나무 야구방망이 하나가 전부. 타로는 자신의 칼이 없는 대신 이것을 손으로 잡았다.

 

“집에 도착!”

 

괜히 집 대문 앞에 도착해서 좋은 듯 사리카가 흥얼거리자, 타로는 사리카를 나머지 한쪽으로 그녀를 가리며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와 동시에 자전거 사이에서 깔짝이던 뱀 요괴는 하늘로 날아올라 둘에게 공격하기 위해 바짝 날아온다. 시야가 좁고 타로와 어색했던 공기 탓인지 주위에 신경 쓰지 못한 사리카는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한 번 굴렀다. 그 와중 장보고 온 것은 살리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고 봐야 한다. 어찌 됐건 짜증 내는 사리카가 요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 어떤 놈이 보낸 거야?”

“미사키 양과 관련된 거 아닙니까?”

“아니. 그 집안에서 뱀 요괴는 안 썼는데… 근데, 내가 미사키 양 집안 이야기를 너에게 했었니?”

 

그에 타로는 답하지 못했다. 아루지 집무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다이어리를 보고 알았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타로는 쥐고 있던 방망이를 고쳐 잡았다.

 

“일단, 이걸로 해보지요.”

 

다시 날아오는 뱀을 향해 타로는 쥐고 있던 것을 과감하게 휘둘렀고, 둔탁한 깡 소리와 함께 날려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 허나, 요괴이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타격이 아니면 물리 공격이 완벽히 통하지는 않는 법. 커다란 힘이 아니면 바로 정신을 차릴 것이다. 역시나 하늘에서 자세를 고쳐잡고 달려드는 요괴를 향해 그가 다시 방망이를 휘두를 때 사리카가 가지고 다니던 한국 차 키를 부여잡고 재빨리 외쳤다.

 

[뇌제초래!]

‘깡!’

 

사실, 사리카는 정말 번개만 쏴서 쫓아낼 계획이었다. 문제는 타로가 방망이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벼락 맞은 뱀 요괴는 골프공처럼 저 멀리 집 뒤에 있는 숲 너머 산으로 날아간 것 같았다. 아니, 요괴를 물리적으로 저리 날려버리려면 얼마나 많이 힘이 필요한데. 분체들의 영체인 자신들의 칼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영력도 많이 쓰지 못할 텐데. 사리카는 경악하면서도 웃지도 못하며 타로를 바라보았고, 그는 뭔 문제가 있냐는 듯이 방망이를 원래 자리에 다시 놓고 장바구니를 들었다.

그에 사리카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저렇게 요괴를 멀리 날려버리려면 영력에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코어근육과 그에 상응하는 물리적 힘이 많이 필요하다. 대체 그의 몸에 그런 근육이 어딨었는가. 전에 봤었던 몸에는 그리 근육이 넘실거리는 몸이 아니었거늘. 사리카는 그의 괴력이 무서워 속으로 벌벌 떨며 단 한 마디만 더했다.

 

“나, 나이스 샷….”

 

이후 사리카는 집안으로 얌전히 들어와 장바구니를 풀어 반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타로도 이제는 더 말없이 그녀의 보조를 따랐다. 야채류는 당장 쓸 것이 아니면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넣어놓고, 고기를 꺼내며 볶을 것이다. 남은 야채류는 식전 샐러드로 쓸 수 있게 물에 깨끗이 씻은 후에 사 온 토마토나 사과를 더해 잘라 올릴 예정이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까에 비하면 말 수는 심각하게 줄었으나, 타로가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바라보며 보조하고 있기에 문제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녀의 손목이 조금 불안정하다는 것일까. 아루지는 당연히 그의 도움을 거절할 것 같지만, 지적이 필요하다 싶어 불안정한 칼질을 막으며 타로가 물었다.

 

“아루지, 손목이 아프십니까?”

“…어떻게 알았어?”

 

사리카는 동그란 눈으로 타로를 바라보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타로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이 오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므리면 오므릴수록 그의 손안에 있는 물기 어린 그녀의 손으로부터 온기가 전달되었다.

 

“아, 역시 아까 넘어지면서 팔목이 놀란 것 같네….”

 

인간은 약했다. 수많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전 주인 또한 허무하게 쓰러져 죽었고, 칼에 베이지 않아도 병들어 죽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칼로서의 자신은 잊혀 가고 말로 살아남아 사람들 사이 소문을 떠돌았다. 그 사이에서도 수많은 인간이 사라지고 태어났다. 아무리 현재 자신이 속한 ‘성채’의 주인이 신이어도, 자신들보다 높은 영력을 가지고 있어도 어찌 됐건 지금은 인간이었다. 인간의 연약한 몸을 가지고 인세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이리 몸에 흔적을 남기거늘.

 

“… 요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사리카는 타로의 눈길을 피했다. 저 행동은 명백히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행동이다. 그는 부엌에서 말없이 그녀를 데리고 나와 거실에 앉히고 구급상자를 찾았다. 평소에 보이는 아루지의 습성상 멀리 두지 않았을 것이다. 거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서랍의 깊어 보이는 서랍을 열자마자 구급상자가 눈에 띄었다. 아루지는 혼마루에서도 비상약이든 공동으로 사용할 물건들은 가장 눈에 띄는 바깥쪽 서랍에 넣어놓는 습성이 있다. 조심스레 구급상자를 뒤지며 그가 드디어 말을 건넸다.

 

“어딜 더 다치셨습니까?”

“사실…. 아까 한 번 구르는 바람에. 아, 아냐 내가 할게.”

 

사리카는 고해하듯 사실을 실토하며 스스로 한다고 말했지만, 분명 대충 처리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는 문답 무용으로 그녀의 한쪽 다리를 덮고 있던 바지를 걷어 올려버렸다.

사리카의 무릎은 푸른 멍이 든 채로 까져 있었다. 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이리 아픈 걸 놔두고 바로 저녁부터 차린단 말인가. 타로는 걱정스러운 손길로 사리카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오늘은 제가 아루지를 모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마땅히 제가 해야 함이 옳습니다.”

 

그 말도 맞지만…. 아까 괴력을 보고 심장이 쫄아든 사리카는 한사코 사양하다 겨우 타로가 처치하는 걸 허락했다. 조심스럽고 세심한 손길에 사리카는 옛 생각이 나,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타로가 구급상자에서 큰 관절용 밴드를 꺼내 붙이고는 그리 물었다. 사리카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해도, 항상 그녀를 쫓는 타로가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부모님 생각나서…. 어렸을 때 자주 넘어져서 무릎 다쳤거든.”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은 지금 자신이 사용하는 할머니 방으로 향했다. 옛날에는 구급상자가 할머니 방에 있어서 놀러 온 자신이 넘어지면 부모님이 할머니 방에서 처치해주기도 했었다. 전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사리카의 눈에는 잠시 물기가 어렸다.

 

“뭐, 다 추억이네.”

“부모님들은 어디 계십니까?”

“몇 개월 전에 다 돌아가셨어.”

 

그녀는 그리 대답하고 일어서서 베란다 문을 열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딘가를 그리워하고 물기 어린 눈동자는 위태로워 보였고,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저녁 하늘의 구름이 그녀를 적시듯 물들였고, 노을과 동화된 그녀는 마치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처럼 보였다.

 

…이런 불안한 기분이 언제 들었더라. 갑자기 기시감이 드는 동시에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이 타로를 덮쳤다.

 

“큭…!”

“…? 타로야?”

 

이상을 느낀 사리카가 고개를 돌리고 타로를 향해 다가와 상태를 봐주었지만, 타로는 넘실거리는 통증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전신이 저릿하게 통증이 일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통증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보이는 이 어떠한 장면 때문인지는 몰랐다.

 

그 장면은 검은색뿐이었다. 검은 전장을 누비던 존재들과 피로 물드는 전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보이는 검은색 옷을 입은 사리카.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걱정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때, 마침내 자신의 눈동자 속에 어느 한 장면이 계속 재생되듯 새겨졌다.

 

[살아 있다는 것은…]

 

저 멀리 하늘을 쳐다보며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에 저녁노을이 덧씌워지며 일그러진 말소리가 덧씌워진다. 정확히 들리지 않지만,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며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있을 사태를 알려주려는 듯이, 참혹히 저녁노을에 물들어진 채로. 그녀의 목에서 목걸이 형태의 쇳조각이 시린 빛을 띄었다.

 

[… … 한순간이지만, 살았던 거야.]

 

부서진 나무집 안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사리카의 모습. 덜덜 떨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해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 채로, 다시 몸을 돌려 하늘을 보는 모습. 그것을 멀리서 움직일 수가 없어 지켜보는 자신, 서서히 숨이 끊겨 차가워져만 가는 와중에도 미소 짓는….

 

이것은 미래인가? 계시인가? 아니면 과거인가? 고통스러웠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고 욕정까지 담고 있는 상대가, 피를 토하며 괴로워할 때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을 관통하는 무력감,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전달되는 절박감과 슬픔, 애절함. 눈동자 하나하나에 계속 새겨지는 죽는 순간까지도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재생된다.

 

정신이 돌아오는 아주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푸른 눈동자가 아니었으면, 계속 그 장면을 보며 연옥을 헤맸을 것이다. 그 투명하고 푸른 바다 같은 눈동자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이 보이지 않았다면, 같이 이리 자신을 걱정하듯 뺨을 쓰다듬는 손이 아니었다면… 그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듯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앞에 있는 아루지를 껴안았다.

 

… ….

 

지금 놓아버리면, 평생 닿지 못할 것이다. 억지를 써서라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현재 아루지는 죽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잡지 못할 곳으로 가버릴지도 모른다. 더는 자신의 눈앞에 그 장면이 재생되지 않았지만, 온몸에는 여전히 감정이 남아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루지….”

“응? 괜찮니?”

 

형용할 수 없는 명제에 홀린 듯,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온전히 걱정하는 저 표정이, 창백으로 물들어져 제 죽음까지 초연해지게 만들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어떻게든.

 

“저번에, 저번에 저를 취하셨듯이, 저도 요구할 수 있는 겁니까?”

“무엇을?”

“이번엔 제가, 아루지를 안고 싶습니다.”

 

적나라한 말에 사리카는 속으로 경악했지만,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자신을 바라보고는 울상 짓는 그의 모습에 거절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타로는 손을 뻗어 자신의 뺨을 쓸었다.

 

“이리 따뜻한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자신을 끌어안는 모습이 단단하고 섬세하게 만든 그를 무너진 것처럼 보이게 했다. 지금 자신의 행동 중 타로를 불안하게 할만한 것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사고회로 안에서는 없었다. 조금 맘에 걸리는 것은 자신의 안전인가. 사리카는 타로의 등을 토닥거려주며 생각했다. 역시 저번에는 자신이 멋대로 덮친 것이었니 그도 자신에게 요구할 권리는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 그러자.”

 

역시 자신이 타로에게 뭔가 무심했던 것 같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남사를 이리 부려먹고 간단히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이렇게 주고받으면, 책임소재는 양분화된다. 자신은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은 아녔다. 임시 보호라면 모를까. 그럼 이렇게 주고받으면 서로 어영부영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리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인간의 몸에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을 또 좋아할 때가 오겠지. 그때가 되면 타로의 감정도 흐려져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계산에는 착오가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예요?”

 

베란다 문을 그녀가 열었고 마침 그 시각이 미사키 양이 귀가할 시각이라 미사키가 들을 확률을 배제한 것이다. 사리카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입을 떡 벌렸다.

 

“미, 미, 미사키?!”

“베란다가 열려있어서 잠시 봤더니, 아줌마 연애해요?!”

“꺄아아악! 꺄아아악!”

 

사리카는 필사적으로 아이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으나, 어디서부터 엿들었는지 모른 미사키의 등장에 부정도 못 하고 비명을 지르며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 마을에서 다른 아줌마들이 신관이랑 아줌마랑 결혼했냐고 묻더니 이런 이유였어요!?”

“아줌마, 아줌마 이야기 먼저 들어봐!”

“저, 쫓겨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몸에는 훌쩍이는 연하남이 달라붙어 있고, 베란다에서는 경악하는 표정의 소녀가 기어들어 오고. 사리카에겐 지금 이 상황이 난장판 중 난장판, 재앙이 따로 없었다. 심지어 미사키가 돌아올 때까지 저녁 완성을 못 한 것 또한 그녀에게 재앙이었다….

 

 

미사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타로와의 관계를 대충 설명한 사리카는 다음날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위장의 문제도 있지만, 어젯밤 결국 혼마루에 돌아가서 결국 타로와의 잠자리를 가졌기에.

 

‘이건… 내가 따먹힌 게 맞는 것 같아.’

 

온몸이 욱신거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그리 중얼거렸다. 뭔 몸살도 아니고 이게, 관계 좀 맺었다고 이렇게 몸 전체가 작살날 것 같단 말인가…? 계산은 전부 박살 났다. 이 정도로 격렬한 감정이 그리 쉽게 사라질까? 아파 죽을 것 같은 허리 밑에 수건을 돌돌 말아 집어넣으며 다시 생각해봤지만, 아니었다. 그전에 내가 온몸이 아파서 실려 갈 것이다. 사리카는 더이상 생각을 그만두고 다음 날까지 업무를 쉴 거라고 다짐하며 이불 속에서 죽을 것 같은 소리만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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