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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루 이야기

언제든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審神者物語 - 貳, 本丸の審神者参上

 

일단, 사리카는 쇼핑을 하기로 했다. 모름지기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데 무엇을 하겠는가? 역시 쇼핑이다.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뭐에 눈이 가는지 확실히 알아야 뭔가 하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걸 요즘은 동기부여라고 말하던가. 아무튼, 그렇게 시장을 둘러보고 서점에 가서 잡지류를 슬슬 훑어보며 무크지의 부록이 무엇인지 눈에 똑똑히 넣으며 고르고 있을 때였다.

 

잡지류에서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어느 잡지였는데, 그 잡지에는 크게 중년 댄디 은발 연예인이 있는 것 아닌가. 이건 운명의 만남인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코는 좀 오똑하고 눈썹은 다부지고 깔끔했다. 눈은 올라간 눈에 미간에 약간 주름이 있을 상. 누가 보면 야쿠자라고 하겠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홀린 듯이 잡지를 몇 장 팔랑팔랑 책을 넘기다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잡지를 집어 들었고, 자신의 헤벌쭉한 표정을 본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본 후 조심스럽고도 빠르게 가지고 가서 계산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남자의 외모는 사리카의 이상형의 이데아였다. 가방 안을 슬쩍 보니 동공이 풀리고 입이 실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얼굴이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으하학! 무지막지하게 잘생겼다. 이건 인생의 혁명이었다. 지금까지 죽어있던 마음을 불타게 해주는 하나의 신호, 하나의 성화다. 자기 자신이 은발 남자 취향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모르던 일이었으나, 이 기회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심장의 쿵쾅거림은 진짜다, 요번 목표였던 무크지고 뭐고 그녀는 실제로 조금 날아다니며 서점을 나왔다.

 

“흐흠흠.”

“아줌마, 그렇게 좋으세요?”

“왜? 너도 이 아줌마가 즐거워 보이니? 정답이란다.”

 

옆에서 말을 거는 것은 미사키 양이었다. 방금 서점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발견하고 따라왔다. 미사키 양은 최근 저주를 풀어준 일 이후로 부쩍 우리 집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 액받이로 집안에서 길러지며 집안에서 어렵게 지냈다고 설명한 미사키 양은 될 수 있으면 우리 집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고, 최근에 독에 데인 자국이 목에 남았기 때문에 나도 내 주변에서 그 독을 없애는 게 좋겠다고 찬성했다. 물론 그 집안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마츠모토 집안사람들이 직접 우리 집에 와서 깽판을 부리는 일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 집 안에 있는 가택신이나, 요괴들이나 나나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서 깽판 치는 놈을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그 이후로는 집에는 함부로 얼씬거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뭐, 이제 액받이로 쓰이던 아이가 나가주면 어떻게 되었던 간 좋다 이거겠지. 인간은 가끔 뻔하고 지루하고 이기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왜냐면 그렇게 처리하는 게 쉬우니까-라는 간단한 이유로 말이다. 이제 그네들이 할 것은 서로를 지목하며 액받이로 누굴 희생자로 삼아야 한다는 거겠지. 서로 화살을 돌리느라 바쁠 것이다.

 

“근데 어디 가보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러긴 하네.”

 

물론 미사키 양도 집에 공짜로 머무는 건 원하지 않는지, 집안일은 스스로 하겠다고 했다. 내 몫까지 해준다고 했지만, 그건 아직 좀 이르지 않나 싶어 반대했다.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무슨 그런 일이 필요하겠나. 이 집도 여유 있는 편이고, 심지어 나는 한국 집과 이쪽을 돌아다니게 생겨서 냉큼 내가 없을 때 집을 사람 살 정도로만 봐달라고 부탁해서 지금 같이 사는 중이다. 덧붙여 둘이 집에 머물 때는 당번을 돌아가면서 맡아서, 오늘 저녁은 미사키가 한다.

 

“오늘 저녁에는 카레를 해보려고요. 제일 잘하는 요리거든요.”

“카레 좋지~! 뭐 넣을 거야?”

“연근이랑 이것저것이요.”

“정말 좋아! 집에 김치는 남아있었지?”

“물론이죠. 맨날 체크해요.”

 

뭐, 이렇게 여자들끼리의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드디어 혼마루에 접속할 생각이 들었다. 밥? 미사키가 만들어준 수프 카레를 먹었다. 미사키가 혼자 있을 때 위험해질까 봐 부적도 여럿 주었다. 이걸로 만반의 준비를 완료했으니 가도 좋겠지? 나는 스마트폰으로 앱을 깔고 화면을 벽으로 향하였다.

 

문은 고급스러운 동양풍 동그란 문이 나와서, 개의 네발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

 

 

“뭐야 이건?”

 

초기도가 사니와를 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다. 하기야 그야말로 이상하긴 하겠다. 콘노스케를 타고 들어와서 콘노스케에게서 내리는 주인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시간 정부로부터 칙서를 받아 이 혼마루를 개척해나갈 제일 첫 번째 공신으로 선택받은 이 하치스카 코테츠의 주인이!

 

물론, 요즘은 특별지원 기간이라 높으신 신분의 미카즈키 무네치카도 와있는 모양이다만, 일단 초기도는 진품인 자신이다. 그래도 아루지는 좋은 편이지 않은가? 두 명의 남사를 데리고 혼마루를 차리기 시작하니깐 말이다.

 

“삐까뻔쩍!”

 

어린아이인가? 하긴 똑바로 서서 50cm면 보통 인간의 어린아이겠지. 아아 정말. 어린아이를 주군으로 삼으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을 텐데 말이다.

 

“여전히 삐까뻔쩍이야, 녀석!”

 

…취소. 어린아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점같이 작은 눈으로 아루지가 코테츠 자신을 반짝반짝하게 바라보았다. 그쯤에서 콘노스케가 아루지에게 한마디 했다.

 

“사리카 사니와님, 제대로 설명하셔야 합니다.”

“네가 해주면 안 돼? 아루지 귀찮아.”

“그 모습을 하시면 정말 매우 귀찮아하시는군요. 걷는 것도 귀찮아하시더니. 숨 쉬는 것은 괜찮으십니까?”

“응.”

 

콘노스케는 한숨을 푹 쉬고 자신을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하치스카 코테츠님, 이분은 재앙신으로서 이 혼마루의 아루지로써 해외에서부터 시간 정부가 직접 불러들인 분이십니다. 다만, 재앙신인 데다가 삿된 것들을 이끄는 인연이 있어 여러분들에게 최소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게 이 모습으로 혼마루에 정착하실 예정이십니다.”

“물론, 정화의 돌을 다 깔면 원래 모습도 할 생각이지만?!”

 

점같이 작은 눈을 찡긋찡긋했다. 그래봤자 재수 없고 가벼운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아,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의 혼마루를 세우는 계획이… 아냐,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아루지로써 결정권을 받아내어 이상적인 혼마루를 세우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속으로 기합을 넣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 잃어버리신 혼마루에도 초기도가 하치스카 코테츠님이셨죠?”

“그러엄! 초기도는 하치스카지.”

 

흐, 흠. 뭘 잘 아는구만. 진품인 자신이 초기도로서 두 번째 선택이라니. 순간 재수 없는 행동을 해서 내가 아루지를 멋대로 판단했던 모양이다. 자신을 두 번째로 선택한다면 믿고 맡기는… 근데 잃어버려?

 

“잃어버리다니? 혼마루를?”

“저번 혼마루 잃어버렸어…. 내 미다레!”

 

아루지는 땅을 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저번 혼마루의 미다레랑 얼마나 친했는지는 모르나, 혼마루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다니. 아루지가 될 재목답지 않게 너무나도 멍청한 모습이었다. 이 인간이 내가 있을 혼마루의 중심이 돼도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합니다. 이 모습이 되고 나서부터 조금 믿음직스럽지 않으시지만, 상대가 하치스카 코테츠님이라면 이 혼마루의 위기도 바로 해쳐 나가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칠칠맞은 주인 같으니라고… 앞으로는 자신이 아루지를 알뜰살뜰하게 챙겨야 할 것 같다. 근데 지금 위기라고 하지 않았나? 잘못 들은 거겠지? 하여간 콘노스케에게도 신임을 못 받는 아루지라니….

 

“그런 표정으로 보시지 마십시오. 아루지는 바다 건너에서 오셨지만 이래 봬도 1600년간의 기억을 가지고 계시며, 심지어 엄연한 일본 고대 신들의 혈통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말을 하는 콘노스케는 부숭부숭한 흰 가슴 털을 뽐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말에 뒤에서 멀찍이 앉아있던 미카즈키 무네치카도 놀라워했다.

 

“호오, 인간이 아닌 자인가? 신기한 일이로다.”

“인간이 맞지만 동시에 인간도 아니지!”

 

이 멋대가리 없는 사니와는 허리에 두 손을 올리며 잘난체하는 포즈를 취했다. 신임도 멋도 없다. 이런 하찮은 성채의 주인이 어디 있단 말이냐.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던가 대체 콘노스케가 올려주니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어깨가 한없이 올라가는 거야. 없던 품위 또한 박살 나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콘노스케를 바라보지 않고 아루지라고 주장하는 여성을 보며 물어보았다.

 

“그런데 방금 위기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만 너무 어리신 모습인걸요. 게다가 생각 회로도 단순해지셔서 위기가 맞습니다.”

“얏호우! 위기다, 위기! 위기 끝에는 명예와 축복 있으리!”

“...대략 술 취한 상태로 계속 있으신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로 위기로구나.”

 

골치 아프다. 골치 아픔을 넘어서서 머리가 아프다. 전투나 정부서류 처리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초기 혼마루 건설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을 미카즈키 무네치카, 판단능력이 부족한 쪼맨한 아루지, 그리고 혼자 바가지 쓸 나. …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하지만 믿고 있다고! 하치스카는 내가 시간을 돌려도 초기도로 다시 선택할 인재, 아니 검재니까!”

 

자신만이 독박 쓸 이 상황이었는데, 그런데도 아루지의 그 말에 입이 삐죽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 나는 누구보다도 멋진 코테츠 도파의 진검이다. 이렇게 진검이라는 것만으로도 신임받는 검사란 말이다. 아무리 놈팽이 아루지라도 이렇게까지 나를 신뢰하고 밀어준다면 내 능력을 다해 이 혼마루를 꾸려나갈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 혼마루를 최고의 혼마루로 만들 수 있다.

 

“대신 시험이 있어.”

“뭐?”

 

그녀는 이어 바로 손가락으로 나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었단 말인가? 하지만 바라던 바다. 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나를 보자마자 신뢰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리하여 진지하게 검을 보여줄 생각을 하자마자, 아루지의 말이 의욕을 떨어뜨렸다.

 

“바로 만담이다.”

“뭐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만담이라니. 검사로서의 재질도 아니고, 혼마루 재정 서류 처리도 아니고, 나조차도 하기 힘든 정부서류 안건 처리 같은 업무처리 능력이 아니라 만담?! 안 그래도 내실을 다져도 부족할 참에…!

 

“조상님은 말씀하셨지. 언제든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보케, 하치스카… 아휴 너무 길다, 하치라고 불러도 되지? 하치가 츳코미를 맡아라!”

“....”

 

이것저것 따지고 들 게 너무 많았다. 멋대로 하치라고 부르는 것도 부르는 것이거니와, 갑자기 만담을 하라니! 진성 검인 내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그녀는 갑자기 귀를 퍼덕이며 하늘을 날더니 자신의 얼굴까지 곧바로 날아와 내 이마와 부딪히기 전까지 이마를 맞대는 것이다. 나는 그 형태에 비명을 지르며 한두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날 수 있는 인간? 듣지도 못했다. 귀는 마치 모기 날개처럼 빠르게 퍼덕이며 날고 있는데 이게 무슨 모기 인간 같은 모습이란 말인가!

 

“기간은 내가 만족스러운 츳코미를 받고 오케이 할 때까지! 그럼 시작!”

“하하하. 힘내보거라 하치스카.”

 

자신이 놀림당하는 것이 재밌는지 뒤에서 웃기만 하는 저 높으신 검에게 벼락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토지신이시여. 하지만 이 모든 게 시간 정부 본부에서 선발된 아루지의 생각이라면, 이렇게 못 미더운 인간이지만 무언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본체에서 파생된 분체로써, 사회경험이 부족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만담이라면, 새로 올 남사들과 부대끼기 위한 사회경험이라면 이조차 초기도의 시련이리라. 하지만 그 전에 짚어야 할 점이 있다.

 

“그나저나,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은 문제가 있다. 아루지.”

“그래, 뭐더냐?”

 

자세히 들으면 어눌한 일본어 어투, 그녀의 말투에는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다면 일본 역사도 모르고, 무엇보다 만담으로써 유행했던 그걸 알면서 시켰을 리가 없다.

 

“외국에서 왔다고 전달받았는데, 나는 문제가 있다.”

 

나는 혼마루에 배정된 옷 중에 실내 업무용 옷을 꺼냈다. 지금 입으려고 가져온 것은 아니었으나, 이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겠지. 나는 그녀에게 내 황금빛 기모노를 보여주었다.

옷이 부끄럽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만큼 내 옷에 어울릴 만한 것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좋은 옷감으로 만들었다. 옷 배색도 내 맘에 쏙 든다. 단지, 만담 소재로 돌아다니기 전까지는 말이다. 치졸한 인간들… 진품인 나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걸 입고 만담을 하면 모 개그맨처럼 된다.”

 

그래, 뒤에 머리를 틀어 올리고 삼바 춤을 추는 황금빛 개그맨이 된다. 이래서 인간사회는 잘 도움이 안 된다! 이 배합이 얼마나 고상하고 진실된 모습이더냐. 완벽한 진품으로써의 모습이거늘.

 

뒤에서 어깨가 들썩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게 뭔데?”

 

여기서 문제인가.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외국인인 그녀에게 와닿을까 고민하고 있다 눈을 떴다. 그녀는 황금빛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보고 의기양양한 포즈로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

 

“가x켄 삼바~!”

“이놈의 아루지! 전부 알고 있었던 거냐!? 지금 진품인 나를 놀려?! ”

 

분한 마음에 근처에 있던 부채로 아루지를 내려쳤다. 그제야 아루지 놈이랑 뒤에 있던 미카즈키 놈도 웃음을 간신히 참고 진정된 후에야 겨우 말을 꺼내는 거 아닌가?

 

“정말 코테츠 가는 만담조차 잘하는구나.”

“합격, 합격! 아, 역시 진품의 츳코미는 다르다. 역시 달라! 멋지다! 역시 내 초기도다!”

 

그렇게, 하치스카 코테츠는 들어오자마자 이 성채의 주인과 만담 파트너가 되었다.

 


 

“오밤중에 어디 갔다 오셨어요? 방에 안 계셨던데… 는 왜 이렇게 작아요?! 제 눈의 착각?”

“아냐 아냐! 잠깐 이계의 통로를 통해 어디 갔다 왔는데, 존재감을 조그마하게 하는 것뿐이야. 에잇!”

 

나는 영력을 뭉쳐서 꾹꾹 압축해놓았던 것을 되풀었고, 혼마루에 들어가기 전 160cm의 원 크기로 돌아왔다. 원래 크기로 다니면 성가셔지는 일이 많고, 이명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영력을 쓰면 남사들에게도 쉽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영력 레벨도 낮은 검사들이 많으니 잘못하면 휩쓸릴 것이다.

 

콘노스케 녀석도 이런 내 말에 동의하더니, 하치 만날 땐 꽁해져서 말이야. 역시 타고 들어간 게 잘못된 건가?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하다. 스트레스 단 1이라도 쌓이는 것이 싫어서 몸이 자동으로 튀어 나가게 된단 말이다. 아무래도 나도 그런 식으로 영력을 다룬 적이 한 번도 없어서겠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몸에도 요령이 생길 것이다.

 

“하, 한 번만 더하면 안 돼요? 저 만져보고 싶어요.”

“부, 부끄러워서 싫어.”

 

그나저나, 미사키 양이 이 모습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안돼! 여기서 츳코미하면서 나를 제어해줄 사람이 없어서 하면 안 된다고. 어른이라고 찰싹 믿고 붙어있는 미사키 양에게 보여주는 것은 역시 부끄러워.

 

아무튼, 콘노스케의 설명에 의하면 이 일로 많은 영혼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망조차 잃어버린 채 과거의 집념에 사로잡힌 시간소행군을 성불시키는 것은 과거의 나도 생각나고 안쓰럽기도 한 일이라, 아무래도 나에게 딱 맞는 보람찬 일이다. 비록 아무도 몰라주는 일이여도 말이다.

 

“음… 그래도 현세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해야 하는데.”

“아, 퇴마사로 활동하시게요?”

“꼬,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럴까?”

 

내가 슬슬 잘 생각을 하며 이불을 깔자, 미사키가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음, 말이 되는 소리긴 한데. 요즘 세상에도 그게 잘 먹히려나?

 

“요즘 세상에 그 직업이 필요할까?”

“요즘이니까 필요해요! 요즘 집값이 내려가고, 엔화도 좋지 않은 모양새고 이리저리 힘든 시기니까 그런 거에 매달리려고 하는 게 사람들 생각이라고요.”

 

하지만 그거 조금 사이비 종교 같잖니. 나는 숭고한 의미라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번 돈을 받아먹을 생각은 조금도 없는데 말이다.

 

“으음. 확실히 아직 저주사가 있는 걸 보면 필요할지도.”

“그것도 그렇고, 역시 아직도 사고건물이란 게 있으니까요.”

“아 그거구나. 그거라면….”

 

그런 쪽과 신사나 절 이야기라면 일이 빠르겠지. 한국에서도 일을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사업등록부터 해서 비자를 다르게 받아야겠지. 앞으로 정말 바쁠 것 같다. 한국에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혼마루도 정비해야 하고. 가구나 업무기구도 필요하겠지. 시간 정부 본부에 신청해야겠다. 역시 할 일이 많구나. 그렇지만 전처럼 기운이 축 처지지 않는다. 차근차근하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이런 내 생각을 모르고 상상의 나라를 펼쳤던지, 히죽이는 미사키 양이 나에게 말했다.

 

“아줌마, 저 조수 하고 싶어요! 그런 해결사의 조수. 로망 있지 않나요?”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자렴.”

 

나는 흥분해서 총알처럼 말하는 미사키 양을 돌아보며 불을 껐다. 이리저리 말리거나 제동을 걸 일 또한 많구나.

 


 

사실 하치스카가 생각했던 만큼 사니와로 선발된 그녀는 그렇게까지 하찮거나 놈팽이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친듯한 일 중독이었다. 그녀는 반복적으로 서류 업무와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혼마루에 부족함이 느껴지면 바로 말하라며 여러 용품을 신청받아 혼마루에 기계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직접 가져왔다.

 

“집에 있는 거 TV 바꾸는 김에, 가져왔어!”

 

그녀는 혼마루 꾸미기, 즉 혼꾸라고 말하며 이런저런 필요 용품을 적어놓고 들어온 용품을 직직 그으며 점검했다. 그리고는 있는 남사들에게 필요 물품이나 탕비실이라고 생긴 곳에 필요한 간식 등을 미다레를 시켜 조사하게 시켰고, 그걸 전부 깔끔하게 시켜서 언제 들어오는지 아루지랑 미다레가 머리를 싸매어 달력으로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만담에 집착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일 중독으로 생각한 일을 떠오르는 즉시 마구 처리하는 대신 일을 하며 자꾸 농담 따먹기로 자신에게 장난을 거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일 때문에 고된 경험을 하는 하치스카에게 자꾸 츳코미로 신경질 내게 하고 있어서, 몇 번 하리센으로 때려주었더니 그것도 재밌다고 자지러지는 것이다.

 

뭐, 어쨌든 하치스카가 생각한 이상적인 혼마루에서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입 사니와 지원 용품이라고 받아온 물자는 엄청 많아서 곧바로 검사들을 계속 뽑으러 단도실에 들어가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심지어 검사들을 뽑을 때마다 그와 만담을 하면서 환영을 했다.

 

“하치스카 코테츠가 저런 녀석이었던교…?”

“실전도로 쓰이지 못해 봉납 되었던 저지만…환영 감사드립니다.”

“아, 참관객인 줄 알았는데 환영회였구나.”

 

모두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혼마루는 왁자지껄해져 갔다. 그럴수록 남사들의 휴게실과 아루지의 휴게실은 문지방이 닳을 정도였고, 그렇게 혼마루는 나날히 단단해져갔다. 그러나 이건 전부 특수 사건이 오기 전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