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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루 이야기

에피소드 ??? - 달은 이윽고 바다에 삼켜지듯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간다.

*구상중인 네타바레 다수, 나중에 진행한 다음에 수정하기

 

 

 

 

 

 

"미카즈키."

"이런, 이시키리마루 아닌가."

 

미카즈키가 수행을 다녀온 후에 아루지가 그를 맞이한 후, 혼마루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 수행을 다녀오고 완벽히 자신이 '윗사람'이라는 듯이 입고 다니는 그를 보고 있으면 그리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흐르는 공기는 좀 달랐다. 매번 자신과 함께 조용히 앉아루지 휴식실에 앉아있다가 아루지가 오면 농담을 주고 받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미카즈키랑 아루지 사이에 무언가가 있었다고.

설상가상으로 아루지가 울며 발을 동동 구르고 나무바닥을 탕탕 내려치며 '미카즈키가 꿈이라고 거짓말친 것 같애!!' 라고 울며 난리쳐대니 어쩔 수 없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이시키리마루는 미카즈키가 아루지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새어나오는 탄식을 막기위해 입을 막았다. 그 미카즈키가, 이 아루지를. 하물며, 대침구 전에는 타로를 책임지라며 아루지에게 장난을 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무엇보다 심란한 것은 그이리라. 아루지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받기도 했고, 술이라도 좀 나누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따뜻한 술과 잔을 준비하고서 미카즈키를 찾아왔다.

 

미카즈키는 이시키리의 방문을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래, 술인가. 마침 필요하다고 생각한 참이네."

"딱 맞게 와서 다행이구만."

"어떤가. 같이 달이라도 보겠는가."

 

그가 자신의 옆자리를 허락하자, 이시키리마루가 조심히 그에게 다가갔다. 겉보기에는 평안하기 그지 없는 그의 얼굴이었다. 다만 뭔가 고민이 있어 달을 보는 것이겠지. 그리 생각한 이시키리는 술잔을 미카즈키에게 건넸고, 그는 술잔을 받아 이내 따뜻한 술을 받았다. 4월치고는 바람이 차서, 따뜻한 술이 술술 넘어갔다.

 

미카즈키가 처음으로 이리 말없이 술 한잔을 기울이자, 역시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같은 도파끼리 친하다고 해도 혼마루에서 부대낀 세월이 겨우 2개월채 되지 않는다. 그냥 술이라도 마시며 딴 이야기라도 해주며 달래는 게 낫겠다 생각했을 쯤 미카즈키가 입을 열었다.

 

"아루지가 뭐라 하는가?"

"미카즈키가 술수를 쓴 것 같다고… 아니."

"핫하하! 그래. 그래."

 

순간 그의 사정을 꿰뚫어보는 달의 질문에 말실수를 했다. 아니, 그리 유도신문을 하면 누구든 입을 열리라. 이시키리의 얼굴은 술기운인지 부끄러움인지 슬쩍 달아올랐다. 그걸 보고 미카즈키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으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정색이라기보단 오히려 슬퍼보였다. 아니, 확실히 울 것 같은 얼굴이다.

 

"그리 되었단다."

 

담담히 고하는 미카즈키의 말에 이시키리는 사례가 들렸다. 인간을 너무 굽어 살펴야할 상대로 보았기 때문일까. 사례가 들려서인지 목이 쓰려서 어떤 말을 내보내야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도대체 왜일까? 자신은 아루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뛴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든 적이 있어도 말이다. 사실 그것또한 자신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에 그냥 기뻤을 뿐, 이 마음이 연정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오래 신사에서 참관객을 맞이 했기 때문일까? 자기가 무슨 말을 해도 미카즈키에게는 도움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등을 한번 떠밀기나 해보기로 했다. 

 

"...고백하여 털어낼 생각은 없는가?"

"이미 했네만?"

"아루지는 별로 고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만."

 

이시키리마루 바로 앞에 드러눕고는, 울며 아둥바둥거리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그녀는 고백받은 사람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화나 잔뜩 나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생각하던 그는 웃으려다 말고 조용히 상대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이미 술은 차가워져있었다.

 

"그런가…."

 

미카즈키는 말없이 잔을 기울였고, 옆에 있는 이시키리마루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먼 곳에 작은 초승달이 떠있었다. 

 

"나는…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

"무엇이 말이던가?"

 

달을 마주하는 그 아래에는 혼마루에 있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두둥실 꽃잎이 떠다니기도 하고, 물고기가 헤엄치기도 하지만 또렷히 달이 흔들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음이란 파도와도 같아서…. 저 연못의 일렁이는 물결과도 비슷하지.”

“하하, 흔들리는 것으로 보이나?”

 

인간의 몸을 가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항상 이성을 가지고 냉철하게 판단만을 할 수 없다. “감정”이라는 것이 더욱 풍부하게 생겨서, 이리저리 바람이나 물 그리고 바다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러한 잔념이 연못의 물결이나 바다의 파도를 만든다. 그리고 이윽고 그것은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어느 한 곳에 가둘 수 없는 것이다. 혼자서 감정을 삭히는 것보다는, 가진 감정을 멀리 보내버리는 것이 흘러보내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파도는 저 멀리까지 순식간에 넘어가지. 그러니 너무 가둬놓지 말게나. 그리고….”

 

저 멀리 달을 보니 잔념이 생각났다. 자신은 분체이고 본체가 아니므로 이 혼마루 생활이 꿈과 같다는 생각을. 그러니까 꿈에서 깨었을 때 후회한 점 없도록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아루지와 마주할수록 그 마음이 확고해졌다. 후회없이 충분히 고민하고 그때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를 말이다. 아루지가 그리 말하니 그녀의 영력으로 현현한 남사들 또한 그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으리라.

 

"우리는 분체가 아니던가."

"그렇지."

"그래서… 언제 본체로 돌아갈지 모르지. 그러니까 지금만이라도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건 어떤가?"

 

그래서 이시키리마루 또한 타로 때와 같이 비슷한 말만 내놓을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이로써 미카즈키는 다시 제대로 고백하라는 말을 두번째로 들었다.

 

"다시 고백하는 걸 추천하는 겐가?"

"그래. 마지막 기회 아닌가."

"확실히 차이는게 나은가…."

 

이시키리는 그의 혼잣말에 '뭐, 아루지는...' 이라는 말을 덧붙이려다가 말았다. 그래, 자신들의 아루지라면 잘 해결하겠지. 다만 이후로는 어찌 될지 모르기에 술 상대를 해주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미카즈키는 그를 배웅하며 나중에 돌아가겠다며 그대로 자리에 남았다. 뭐, 이정도면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며 이시키리는 그리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날 새벽, 잠들지 못한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술을 마시고 고민하는 미카즈키였고, 하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의 사리카였다. 그녀는 현세로 돌아가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어차피 오늘은 미사키 양이 집에 없었다. 항상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던 집에서 항상 유일하게 따뜻히 봐주시던 고모님이 분가했다며 거기서 자고 온다고 했다. 머물던 요괴들도 오늘은 축제랍시고 자리를 비웠고, 그래서인지 좁다고 느꼈던 집이 다시 넓게 느껴지며 이 큰 공간에 혼자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더 잠이 안왔고, 마음만 더 싱숭생숭해졌다. 그러길 새벽 4시 30분. 잠은 완전히 그른 것 같아서 아침 해라도 보고오기 위해 요코하마나 가볼까 하던 참이었다.

 

"어디가는 건가?"

 

저멀리 자신의 방에 혼마루로 가는 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해보니 문을 없애지 않고 켜둔 채로 나왔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저 목소리는 미카즈키임이 확실한데. 어제 이시키리마루 앞메서 울며 땡깡부렸더니 발빠르게 미카즈키와 이야기해준건가? 그녀는 멀리서 방을 향해 대답했다.

 

"생각할게 많아서 바다 좀 보러 가려고."

"호, 마침 혼마루 쪽에도 바다가 있다만."

 

명백히 사리카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어차피 그녀 또한 미카즈키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던 참이라, 알았다고 하고 혼마루쪽으로 나섰다.

 

혼마루로 입성하자, 미카즈키가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사리카는 남의 감정을 그리 뒤집어놓은 주제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의 그가 정말 얄밉다고 생각했다. 가끔 그가 하는 짓을 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고도, 미워하지 못해 애꿎은 볼만 꼬집어 당겼었다. 이번에도 사리카는 미카즈키의 볼을 잡아당겼다.

 

"어휴, 얄미워."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빨리 해변으로 가자고 서둘렀다.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미카즈키의 걸음은 아루지의 몇걸음 뒤였다. 바로 옆에 따라와도 되지만, 도저히 거절당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따라가며 평소처럼 돌아가기 위해 애를 썼다.

 

"함께 있어도 된다一緒にいてもいっしょ."

"아오 진짜!!"

 

사리카는 당장 미카즈키에게 다시 달려와 뺨을 쭉 당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아저씨 개그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라는 것이 사리카의 마음이었다지만, 미카즈키는 지금 진지한 이야기를 할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녀에게 좀 더 장난을 쳤다. 그 자신은 도망치고 싶어서 조금 필사적으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리카가 이야기 좀 하자고 해변으로 이끄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도착한 해변의 하늘을 아직 어둠이 깔려있었다. 짙은 하늘 끝에서는 점점 하얀 빛이 올라오지만, 아직 바다에는 짙은 어둠 속 작은 달만이 눈물을 흘리 듯 빛을 바다에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미카즈키의 마음과도 같았다. 그는 억지로 옆의 사리카에게 말을 넌지시 건네려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만두었다.

 

그녀는 동이트는 하늘과 너울거리는 바다를 담기 시작했다. 하긴, 최근의 그녀의 마음을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타로 때문에 아주 고생이 많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와중에 소행군의 침략전조와 침략, 그리고 자신의 실종으로 온갖 일을 겪으며 자신이 돌아왔을 때 자신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던 여린 마음의 주인이었다. 조금 화라도 내었으면 차라리 아무런 마음도 들지 않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 울어버리니 생각이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사정에 비둘기까지 붙여 자신을 수행 보내고, 수행까지 다녀와 편지를 받아보고는 또 슬프면서도 화내는 표정을 했지. 그러고도 차분히 자신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정도까지면 그녀는 아루지로써 충분히 자신에게 할 만큼 해준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그녀와 달리… 분명히 선을 넘었다. 이제 그 선이 어딘지도 모를 만큼 아득히 말이다. 자신의 미련한 마음을 점점 깨달아 갔고, 수행은 그걸 바로 직시 시켰다. 마지막에 본 삭제된 이야기는… 자꾸 대침구 전의 꿈과 겹쳐졌다.

 

역시 묻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눈 앞에서 스러져버린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그만둘 수 있냐는 말인가? 수많은 자신의 삶을 흘러가듯 보고 왔을 때 같이 보고 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세계 속에서 지워진 이야기를 자신만이 알고 있다. 그 우울한 표정도, 그 모습도, 온통 까맣게 입고 시체처럼 움직이던 모습을. 지금과 달리 단지 죽음과 슬픔과 우울만이 담겨있던 모습이, 지금에 와서는 여러가지 색으로 물들어져있는데 어찌 눈길을 다시 주지 않을 수 있던가. 

 

어둠만을 지닌 바다가 어찌 져버리는지. 처음부터 단 한 순간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지 않았고 끝까지 깊은 심해로 잠겨가며 스러져버린 것을. 손 닿지 않을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다시 자신의 눈 앞에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가져버리게 되는 것을 어찌 모른 체 하겠느냐. 

 

단지 기억이고 단지 데이터뿐인 너의 우는 모습을 껴안는 것이 그리 허황된 것이라도, 똑같은 상황이 오면 천 번이라도 그리 할 것이다. 너에게 닿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전부 무용한 일이라도….

 

개변하게 된 역사를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사실 도덕적으로도 그렇지 않느냐? 내가 어찌 네가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존재라고 전할 수 있을까. 미카즈키가 그녀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미안하구나.”

 

해는 뜨지 않았지만, 하늘은 조금씩 환해지고 있다. 조금 있으면 수평선 건너에 태양이 올라오겠지. 

 

“뭐가?”

 

그녀는 바다를 보며 그리 물었다. 달배는 더 말을 붙이지 않고 옆에 앉은 사리카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단지 한없이 먼 바다의 일렁임만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추었다. 그래서 그는 이리 덧붙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그러나 무엇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던 사리카가 이어 말했다. 당연하다. 바다는 일렁이는 파도 뿐만이 아니라 그 위에 미카즈키가 보고 있던 달이 저편으로 넘어가는 것 또한 비추기 때문에. 파도를 들여다보면 상대가 무얼 보고 있는지도 알기 마련이다. 그녀는 여전히 파도나 너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씩 밀려오는 파도, 조금씩 넘어가는 창백한 달과 밝아진 하늘을 비추는 바다의 색 또한. 바다는 점점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물들여간다.

 

“미카즈키, 네가 가진 감정은 온전히 너의 것이야.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하나 없지.”

“그래, 그래.”

“네 마음을 전하든 말든, 내 마음은 하나 무겁지 않아. 애초에 내 문제가 아닌 걸로 고민하고 있으니까.”

“알고 있단다.”

 

그리 말하는 미카즈키의 눈에는 저멀리 하얗게 떠올라 손톱만해진 달만이 들어왔다. 문뜩, 미지근한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오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에 앉아있는 두 사람에게는 유일한 온기였으리라. 하지만 한 쪽은 온도가 낮았고, 한 쪽은 온도가 높았다. 그래서 한 쪽이 다른 쪽을 바라보았을 때, 낮은 쪽은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햇빛을 반사하는 달처럼, 낮은 온도에 점점 열기가 차오른다. 

 

단 한 번이라도. 여기서 단 한 번이라도 닿지 않으면 남은 생 내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미카즈키가 먼저 지금보다도 가깝게 다가가, 고개를 틀었다.

 

미숙한 풋내가 잠시 서로의 입술에 돌았다. 그러나 차마 입 속까지는 다가가지 못했다. 어리석은건지, 이제서나마 도덕을 지키는건지. 아니면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이 이래도 거절의 의사를 비치지 않았으니까. 이천년이 지났어도 자신은 단지 겁쟁이라는 생각에 미카즈키의 속이 조금 쓰렸다. 사리카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는 떨리는 손을 슬쩍 내렸다. 그렇게 짧은 입맞춤은 끝이 났다.

 

“미카즈키.”

“....”

 

그녀가 자신을 불렀다.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가 이제 그자신에게 내려질 것이다. 미카즈키는 난생 처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웃기기도 하지. 자신이 부러져 죽는다고 해도 그 사실이 두려었던 적도 없었는데, 단지 자신의 앞의 인간이 앞으로 할 말이 두렵고 도망치고 싶다니. 차마 지금의 표정을 잘 갈무리할 자신이 없어 그느 슬쩍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건 뜻밖의 말이었다.

 

“우리는 같은 죄인이야.”

 

과연 그럴 것이다. 사리카 또한 타로의 신임을 저버린 것이고, 미카즈키 또한 타로와 그리 친하게 지내면서 이야기 했던 과거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

“너가 평생 타로에게 미안해 하듯, 나 또한 평생 타로에게 잘해주려고 하겠지. 근데 그래도 좋다면.”

 

사리카의 입에서 나온 ‘그래도 좋다면.’ 이란 말은 너무 달콤했다. 그래서 그 말이 꿈인지 아니면 환청인지 확인하기 위해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눈에는 이제 바다가 아닌 온전히 미카즈키를 비추고 있었다. 진짜였다. 그는 단 한 번도 지어보지 못한 멍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대답이었다. 자신의 마음이 받아줄리가 없다고. 저번처럼 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카즈키의 눈에서 도륵 눈물이 떨어졌다.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 것이리라. 그의 손이 기쁨으로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

 

결국 그는, 인간이 정한 도덕의 길을 걷지 못하고 죄인이 되기로 했다. 그때와 같았다. 다만 다른 점은 자신의 손에 전달되는 온기가 있었다. 그래, 이 온기를 좀 더 느낄 수 있다면… 미카즈키는 단번에 그 온기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목마른 비참한 자가 단 한방울이라도 물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든 기꺼이 그리 하리라. 미카도든, 평민이든, 어느 귀인이든 똑같은 결론을 낼 것이리라.

 

점점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며 하얀 달은 저편으로 넘어간다. 햇빛은 바다를 넘어 달에게 다가가고, 이윽고 바다에 삼켜지듯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간다. 






"결국, 미카즈키를 받아들이기로 하셨습니까?"

 

잠도 못 잔 채로 복귀한 자신의 아루지를 보며 말하는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평안했다. 사실, 타로가 몰랐을리가 없다. 오늘 잠이 안올 것 같다는 아루지 말에, 자고 가시라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으면서 지금 뻔히 혼마루에 있다는 것은 어느 의미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말했다. 빠른 시일내에 미카즈키랑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고. 그래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 면목이 없었다.

 

"미안해. 타로야."

"아닙니다. 예상하고 있던 일입니다."

 

더 기가 막힌 말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미카즈키가 자신을 좋아하던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런 쪽에 미숙하던 타로가 먼저 알아챘다니.

 

"... 언제부터?"

"아버지라는 역할로 아루지를 바라볼 때부터 입니다. 자각 못 하시겠지만…."

 

진짜 골이 다 아파왔다. 난 그냥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타로에게는 그게 아니었던가.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그때 장난을 받아준거야. 사리카의 표정을 바라본 타로는 못다한 말을 다시 이었다.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나중에 미카즈키 한 대 쳐."

"한 대로 끝나겠습니까?"

 

타로는 그리 대답하고 사리카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그자신은 온전히 아루지의 것. 그 점에서는 어중간한 미카즈키보다 더 자신있었다.

 

'... 미카즈키 너 X됬어!'

"나중에 칼로 대화를 해볼 생각입니다."

"타, 타로야…. 서로를 부러뜨리거나 부러지면 안돼."

 

가까스로 나온 말은 타로를 진정시키는 말이었으나, 입을 쩍 벌리며 더듬더듬말하는 모습은 타로를 조금 자극했을 뿐이었다.

 

"걱정마시지요. 저든 미카즈키든 저희를 부러뜨릴 권한은 아루지에게 있습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섬뜩한 말을 남겨, 아루지는 맘 속으로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이시키리에게 혼나는 것은 다음의 일이다.

 

 

 

 

굳이 네타바레를 줄줄히 설명하는거 좋아하지 않지만... 미카즈키에게 부여된 설정

 

- 사리카가 한 번 사망했다는 것을 아는 남사

- 사리카의 시간을 돌리기 전의 삶을 기억하는 남사

- 이 미카즈키는 소행군쪽에 있던 분체의 미카즈키로, 부정이 많이 타 검은 미카즈키로 불렸으며... 인간을 좋아하지 않음. 좀 미적지근하게 싫어하는 편이었으나 조금씩 소행군 쪽에 있던 사리카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소행군의 모습이 아닌 분체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음. 최정예군 중 하나였으며...

사리카 사망시 눈 앞에서 사망을 목도함

- 본체 미카즈키가 한번 정화된 미카즈키를 시간을 돌려서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사리카의 혼마루에 지원남사로 임명

 

정도...로 생각 중